재계 순위 1위인 삼성이 삼성전자(005930)를 시작으로 60대 최고경영자(CEO)를 50대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다른 그룹에도 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 전까지 사장 이상 경영진의 평균 나이가 60.1세였으나 58.2세로 낮아졌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권오현 회장, 윤부근·신종균 부회장과 차기 이사회 의장에 내정된 이상훈 사장을 제외하면 사장단의 평균 나이는 56.9세로 더 낮아진다.

삼성 외에 다른 그룹도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다. 5대 그룹 중에서는 현대차(005380)그룹 경영진의 평균 나이가 62세로 가장 많고 다른 그룹보다 많은 7명의 부회장(오너가 제외)이 포진해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작년 말과 올해 초 대규모 인사를 단행해 연말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왼쪽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서울 양재동에 있는 현대차그룹 본사.

◆ 삼성 다른 계열사도 ‘60대 퇴진’ 원칙 적용될듯...현대차 경영진 평균 나이 62세로 가장 높아

삼성은 지난달 13일 권오현 당시 부회장의 사퇴 선언 이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등 전자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원칙은 성과에 따른 보상과 60대 사장의 퇴진이다. 이들 회사는 60세 이상 사장을 모두 50대로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인용(60)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도 물러났다.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가 ‘60대 CEO 퇴진’ 원칙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면서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삼성물산(028260), 제일기획(030000),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엔지니어링등 다른 계열사 사장들의 거취도 관심이다. 이들 계열사의 사장들은 모두 60세가 넘었다. 특히 삼성물산은 세 명의 CEO가 모두 60대이고 박대영(64) 삼성중공업 사장, 박중흠(63)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에도 만 60세가 넘으면 사장에서 물러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며 “다른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각 회사가 알아서 하겠지만, 큰 원칙은 지켜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최근 실적이 부진했던 해외 법인의 일부 임원을 교체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과 중국에서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12월로 예정된 연말 인사에서 실적이 부진한 분야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대교체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현대차는 이원희 사장, 한성권 사장을 제외하면 사장 이상 경영진 모두 60세가 넘고 기아차도 3명의 사장 이상 경영진이 모두 60세 이상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작년 10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고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 문제가 남아 있어 세대교체가 전격적으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왼쪽부터 SK서린동 빌딩, LG 트윈타워, 롯데월드타워.

◆ SK·롯데는 한차례 세대교체…LG ‘실적’-롯데 ‘재판' 변수

SK그룹은 작년에 대규모 인사를 했기 때문에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조대식 전 SK(034730)㈜ 사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됐고 박정호 전 SK㈜ C&C 사장은 SK텔레콤(017670)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동현 전 SK텔레콤 사장은 SK㈜ 사장을 맡고 있으며 김준 총괄사장이 SK이노베이션(096770)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조대식, 박정호, 장동현, 김준 사장은 모두 1960년대생으로 50대 중반이다. 또 유정준(55) SK E&S, 박상규(53) SK네트웍스 사장 등 15명의 사장단 평균 나이가 56.3세에 그쳐 5대 그룹 중에서 가장 젊다. 작년에 SK하이닉스(000660)박성욱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어 ‘박성욱 체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어 구본준 부회장과 손발을 맞춘 인물들을 중심으로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 27명의 평균 나이는 59.5세로 이 중 60세가 넘은 사람은 15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내년 1월이면 임기 3년을 넘기게 돼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LG 내부에서는 세대교체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아직 50대 경영진이 많아 세대교체를 거론하기에는 이른 느낌이 있다”며 “LG그룹 계열사들의 실적도 대부분 좋기 때문에 문책성 인사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사장 이상 경영진 13명의 평균 나이가 61세로 현대차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높지만 올해 들어 두 차례 조직 개편을 통해 대규모 인사 이동을 실시한 만큼 연말 인사 규모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지난 2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로 개편하고, 그룹 계열사들을 4개 BU(Business Unit)로 묶었다. 각 BU 수장으로 이원준 유통BU장, 이재혁 식품BU장, 송용덕 호텔 및 서비스BU장, 허수영 화학BU장 등이 임명되며 이들이 기존에 대표를 맡고 있던 계열사들에 새 대표들이 승진 임명됐다.

변수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 결과다. 검찰은 신 회장을 ‘경영비리’ 혐의로 10년 징역형을 구형했다. 롯데그룹의 올해 연말 인사 폭과 시기는 재판 결과에 따라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도 국정조사 및 특검수사 등의 영향으로 올해 2월에 뒤늦게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