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익률 방어 대신 점유율 강화…D램 생산능력 늘린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D램 생산능력 확대를 선언한 이후 주요 시장조사업체들과 증권사들이 내년 D램 시장 전망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그동안 D램 시장이 내년에도 공급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삼성전자의 D램 증설과 함께 공급량이 늘어 천정부지로 치솟던 D램 가격이 진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가 화성, 평택 등지에 새로운 D램 설비 투입을 강행하면서 내년도 D램 공급증가율이 올해 대비 22.5%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D램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공급량 확대로 시장 전체 공급량 전망치도 기존 전망치보다 3%포인트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산업단지 전경.

앞서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31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말까지 약 3조원을 들여 경기도 화성 17라인의 D램 생산능력을 월 9만장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또 평택공장 상층 일부를 D램 증설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비트그로스(Bit Growth)를 높이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를 통해 "3분기에 삼성전자는 59%의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을 올렸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도 각각 54%와 44%로 인상적"이라면서도 “삼성이 경쟁을 확대하고 시장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생산능력 증대는 표면적으로 보면 부족한 공급 상황을 누그러뜨리고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쟁사보다 1∼2년 앞서는 기술력으로 시장에서의 중장기적인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D램 가격의 상승은 D램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영업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호재이지만,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비싼만큼 외부 업체들의 D램 시장 진입 시도가 잦아지고, D램의 대체기술인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 등에 대한 투자가 늘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D램 시장이 초호황 국면인 상황에서도 생산능력 강화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임인 권오현 부회장보다 더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김기남 반도체총괄사장이 새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올랐다는 것도 변수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 안팎에서는 김기남 사장 체제에서 D램, 낸드 등 주요 메모리 품목에서 삼성이 더욱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