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제도 전면 개선에 나서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뜨거웠던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과열됐던 수주경쟁은 한층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클린 수주’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좀 더 현실성 있게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투표현장. GS건설과 롯데건설이 경쟁해 GS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이사비 지급과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지원, 금품·향응 제공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 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앞으로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 단계에서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와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을 제안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사비는 필요시 조합이 자체적으로 정비사업비에서 지원할 수 있으며 서울시는 토지보상법(84㎡ 기준, 약 150만원) 수준으로 지원하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사비 지원과 관련해 부동산업계 전문가뿐 아니라 건설사들도 기준 금액이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사다리차만 불러도 금액이 상당한데 전세 중개 수수료에 도배비 등까지 더하면 서울시 지침 금액은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라는 얘기가 많다”면서 “‘클린 영업’ 차원에서는 동의하지만, 현실을 고려한 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는 건설사가 기존 설계안에 대한 대안 설계(특화 계획 포함)를 제시하는 경우 구체적인 시공 내역도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이런 입찰 제안 원칙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사업장 입찰은 무효 처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홍보 단계에서 건설사나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 업체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건설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건설사가 1000만원 이상 벌금형 또는 건설사 직원, 홍보업체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되는 경우 건설사는 2년간 정비사업에 입찰할 수 없고 금품을 제공한 해당 사업장의 시공권도 박탈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11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금품·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는 건설사 법인, 용역업체 직원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1년 이상 징역과 1000만원 이상 벌금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은 가이드라인 차원에서 긍정적이라 본다”면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얼마나 제대로 시행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주 경쟁이 치열한 곳은 대개 단독 수주뿐 아니라 컨소시엄으로 수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담합과 관련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결국 공사비를 암암리에 증액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 문제기 때문에 이를 제재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무엇보다 건설사들이 과도한 수주 경쟁을 지양하는 자정 노력을 하는 것이 좋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건설사들이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이번에 법률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은 시장에 경고 시그널을 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워낙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발생했던 일이고 굳어진 비리 구조를 단기간에 뿌리 뽑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품을 제공한 건설사뿐 아니라 이를 받은 조합원도 조합원 지위를 박탈해 현금 청산을 받게 하는 등 양측을 제재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