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7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멈출 때 공사 중단의 법적 근거를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진행된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은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정 의원이 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6월 2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정부 법무공단에 법률 자문을 먼저 했다. 법무공단은 '에너지 공급자(한수원)는 국가 에너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에너지법 4조에 따라 공사 일시 중단을 권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산업부에 보냈다. 산업부는 이를 토대로 한수원에 공문을 보냈고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어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법무공단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의뢰하는 소송과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산업부가 받은 법무공단의 자문 의견은 이게 두 번째였다. 이에 앞서 법무공단은 "에너지법 9조에 따라 산업부가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위원회가 공사 중단을 권고할 수 있다"고 자문 내용을 먼저 보냈다. 첫 번째 자문 의견을 받은 산업부가 "에너지법 4조 부분에 대해 추가로 검토해달라"고 다시 법무공단에 요청해, 두 번째로 의견을 받은 것이다.

산업부 입장에서는 에너지법 4조에 근거해 바로 한수원에 중단 지시를 하는 것이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에너지위원회를 소집하는 것보다 절차가 간단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인다면 공사 중단에 찬성할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 의원은 "법무공단의 법률 전문가들이 최초 의견서에 에너지법 4조를 넣지 않은 것은 이 조항이 건설 중단 권고를 위한 법적 근거로서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은 "산업부는 법률 자문 수정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정부기관 사이에 공문을 수정해 다시 보낼 때에는 문서 번호를 달리해서 보내야 하지만 법무공단의 두 의견문의 번호가 같다"며 "이는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 측은 "문서 번호를 바꾸지 않은 것은 처음 받은 의견서가 최종 의사 결정이 된 공식 문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공공기록물관리법 16조는 의사 결정 과정 중의 문서도 기록물로 생산·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며 "정부가 법적 근거를 꿰맞추다 못해 은폐까지 시도했으면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