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기업인들이 대거 출석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종합 국정감사가 자정을 넘겨 31일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이날 과방위 종합 국감에는 이해진 네이버(NAVER(035420)) 창업자, 황창규 KT(030200)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032640)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005930)무선사업부장(사장) 등 국내 포털·통신·전자 업계 대표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리차드 윤 애플코리아 대표,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등 외국계 기업의 대표 등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30일 오후 5시 50분쯤 황창규 KT 회장을 대표로 한 증인 선서를 시작으로 ICT 업계의 각종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의원들의 질문 포화를 받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비롯해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31일 오전 1시 19분 과방위 국감이 종료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게는 포털 네이버의 뉴스 공정성 논란과 시장 독과점을 둘러싼 비판과 질문이 쏟아졌다.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 수장들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과 관련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증인으로 채택된 주요 기업인 중 김범수 카카오(035720)창업자(카카오 이사회 의장)는 출석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김 의장이 중국 출장 중이라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신상진 과방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은 주요 기업인이 출석한 가운데 김범수 의장만 출석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왜 안 나와, 이 사람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창규 KT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017년 10월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 ‘이해진 청문회’… “뉴스 배치 조작 진심으로 사과”

이날 과방위 종합감사는 ‘이해진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네이버의 뉴스 조작 의혹에 대해 이 창업자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그가 국감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2일 열린 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국감과 19일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때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유럽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네이버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고 기사를 재배열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 창업자는 27일 오후 귀국해 이번 종합 국감에 참석했다.

이 창업자는 이 사건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뉴스 조작 의혹과 관련한 시정 조치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해가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 금요일(27일) 오후에 귀국해 국내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돼서 잘 알지 못한다”며 “한성숙 대표가 (이 부분을) 고민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식견이 많이 부족해서 (정치적 중립성과 같은 표현은) 자신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해진(서 있는 사람) 네이버 창업자가 2017년 10월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 자체가 언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뉴스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언론과 다른 개념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에 개인 의견이란 것을 전제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알고리즘을 공개해서 어뷰징(기사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목 등을 바꾸는 것)만 안 당한다면 외부에 (뉴스 배치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장기적으로 감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가 국내 검색 점유율(PC와 모바일 통합)이 70%가 넘는 데도 독과점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는 “인터넷은 국내만 보지 말고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고 결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한국 기업)가 전 세계 시장에서 1등인 것은 국내에서 인터넷과 메신저 뿐”이라고 했다.

오른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 이통 3사 CEO 단말기 완전 자급제 찬성…삼성은 유보 입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과 관련한 질문을 주로 받았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와 하이마트 등 유통업체가 맡고 휴대전화 개통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맡는 방식이다.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판매와 개통을 함께 하는 현재 방식과 달리, 단말기 판매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12일 열린 과방위 국감에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017670)사장도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와 주무부처 장관인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황창규 KT 회장은 “완전 자급제는 통신 서비스 업체와 단말기 제조사가 각각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완전자급제가 되면 고착화 된 통신 시장의 경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동진 사장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통신 사업자, 유통, 제조사, 소비자 등 여러 문제들이 얽혀 있어 지금 이 자리에서 동의 또는 반대의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조금 더 정밀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단말기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였다. 고동진 사장은 “스마트폰 등 단말기의 소비자 가격(출고가)은 삼성전자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이통사가 마케팅비 등을 책정해 오면 소비자 가격이 결정된다”며 “소비자 가격 결정 이전의 가격은 우리가 정하지만 그 이후의 가격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황창규 회장은 “대리점까지 (삼성전자) 단말기 출고 가격이 동일하다”며 “대리점까지의 모든 가격은 제조사가 다 결정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완전 자급제 도입이) 단말기 제조사, 통신사, 대리점, 유통, 특히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검토하고 국회와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영민(앞줄 왼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2017년 10월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 구글·페이스북, 한국법 준수 여부 논란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에는 한국법 준수 여부와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 질의가 주로 나왔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경쟁상황 평가를 받고 국내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페이스북은 국내법 준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쟁상황 평가 관련 법이) 입법되면 성실하게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수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경쟁상황 평가에 앞서 필요한 조치인 시장획정(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 시장을 구분하는 것)과 관련해 "시장을 획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의 약관이 미국 등 외국법을 따르고 있어 한국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거주지나 해당 국가법의 적용을 받지만 유튜브는 분쟁이 발생해도 미국 캘리포니아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관할법을 캘리포니아로 정한 것은 글로벌 서비스로서 동일한 접근법을 채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글로벌 기업은 여러 조세 문제가 있는데,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역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며 “국내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