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헬기보험 담합 조사와 관련 삼성화재(000810)를 비롯한 손해보험사 12곳이 행정소송을 검토중이다.

공정위는 헬기보험 요율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코리안리와 손보사들을 조사했고 지난 25일 관련 담합 의혹을 전원회의 안건으로 올려 심의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12개 손보사가 국내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제공하는 똑같은 협의요율을 쓰는 것을 두고 양측간 담합을 벌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만약 담합으로 결론 나면 공정위에 별도의 이의제기를 하기보다는 30일 이내에 행정 소송을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31일 말했다. 과거에도 손보사들은 공정위가 담합으로 결론 내린 사건을 행정소송을 통해 뒤집은 전력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보사들은 행정소송에 들어갈 경우 국내 재보험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결과를 담합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 계획이다. 손보사들은 각 사별 변호인단을 선정하고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회사별 변론을 진행했다.

손보사들은 과거 행정소송을 진행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를 막아낸 전력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5년 공정위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담합으로 판정하고 11개 손보사들에 부과한 과징금 74억6610만원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당시 손보사들은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차보험료를 3.8%씩 인상했다. 당시 공정위는 금감원 행정지도가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손보사들이 이에 따라 보험료를 동일하게 올린 것이 담합이라고 봤지만, 대법원은 손보사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를 행정소송까지 끌고갔지만 손보사들이 패배한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손보사들이 일반손해보험 가운데 8개 주요 종목의 보험요율을 공동으로 정한 것이 담합이라고 봤다. 당시 손보사들은 2002~2006년까지 매년 3월 쯤 회의를 열고 보험료 산출 기준인 순율·부가율·할인율·할증율 등을 합의했다.

공정위는 그 결과 각 사의 영업보험료와 실제 적용 보험료가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가격 공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실제로 공동으로 보험료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보험료를 산출하는 기준에 대해 합의한 것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따라 손보사들은 407억원의 과징금을 냈다.

이번 헬기보험 담합 조사 건을 계기로 보험업계가 보험요율 산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보사들은 헬기보험처럼 사고 경험통계가 부족한 상품을 출시할 때 통상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003690)요율로 보험료를 산정한다. 요율은 보험료를 산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요율이 같으면 보험료가 동일할 수밖에 없다. 원혁희 전 명예회장이 대한손해재보험사를 인수하면서 민영화가 이뤄진 지 40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코리안리의 독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요율을 개발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등 재보험사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