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채용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조선DB

미국 IT업계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인공지능 채용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구글은 2008년부터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버(Uber)와 리프트(Lyft)도 채용 시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채용은 IT 이외에도 다양한 업계에서 사용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워싱턴 무역관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 의류업체 아디다스와 리복, 커피메이커 브랜드 큐리그(Keurig), 세계 최대 상업은행 씨티그룹(Citigroup) 등 다양한 직종의 기업에서 인공지능 채용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재는 지원자 수가 많고 충원 수요가 수시 발생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채용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향후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웃 나라 일본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채용을 시작하고 있다. 일본 IT·통신기업 소프트뱅크는 지난 5월부터 1차 서류전형에 IBM이 개발한 AI ‘왓슨(Watson)’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왓슨은 매년 입사지원자 수천 명의 답변을 학습해 이를 바탕으로 채용 평가를 한다. 현재 IBM은 왓슨으로 전 세계 300만 지원자와 서류전형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류전형 방식은 간단하다. 지원자가 인터넷을 통해 회사 측의 질문에 답하면, 왓슨이 이를 평가해 합격 여부를 가린다. 인사담당자들은 해당 평가를 바탕으로 2차 면접자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나가사키 켄이치 소프트뱅크 인사 본부장은 “인재채용 과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면서 엔트리시트(자기소개서) 선별 시간이 680시간에서 170시간으로 급감했다”며 “업무시간이 75%가량 줄면서 더 효율적인 채용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도쿄=이다비 기자

인공지능 채용의 핵심은 ‘머신러닝(빅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력서를 단시간에 추릴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채용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채용 과정은 이력서 접수부터 확인, 면접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채용을 확정하기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인사부에 과부하가 걸리는 건 물론, 외부업체를 통해 심사할 경우 추가적인 인건비까지 발생한다. 인공지능 채용은 이러한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인간보다 객관적인 심사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에서는 채용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인종·성별·나이·성 정체성·결혼 여부 등에 관해 묻는 것은 차별로 간주하며 법적으로도 금지돼 있다. 사진 부착도 차별 행위로 간주하고 종교·장애 여부·정치적 성향 등과 같은 개인적인 질문도 할 수 없다. 지원자가 이로 인해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해당 기업에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지원자를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드러나는 개인의 선입견이나 주관적 경험치에 의한 차별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인공지능 채용 프로그램은 지원자의 이름이나 주소·나이·학력 등을 전부 ‘블라인드’ 상태로 만들어 주관적인 평가와 무의식적인 차별의 위험성을 낮춰준다.

한국도 현재 미국과 같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추세다. 학벌이나 외모·나이 등을 보지 않고 오로지 직무 능력만 평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에 국내 취업준비생들도 인공지능 채용의 ‘평가 공정성’에 많은 기대를 걸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437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채용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57.9%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87%가 ‘편견 없이 공정한 채용이 이뤄질 것 같아서’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