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3.8%(약 707만6000명)를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14% 이상인 경우를 일컫는 '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셈이다.

고령 인구를 연령별로 구분해 보면 65~69세와 70~79세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80세 이상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기가 장기화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 노인성 질환인 치매 발병이라 할 수 있다. 은퇴 이후에 특히 신경 써야 하는 질병 중 하나가 치매인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 속 '치매 위기' 도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 치매 환자는 약 65만명, 전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9.8%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오는 2024년엔 100만명을 돌파하고 2041년에 이르러서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유형별로 크게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기타 유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알츠하이머 치매가 전체의 71.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가장 흔한 퇴행성 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경우를 말한다. 치매 환자의 85.6%가 70세 이상 노인으로, 치매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는 '치매 위기'가 닥치고 있다 할 수 있다.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병이기도 하다. 치매에 걸린 여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 존경받는 언어학자인 앨리스는 강연 도중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조깅하던 중에 익숙한 길을 잃는 초기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게 된다. 그녀 나이는 불과 50세다. 영화에서 주인공 줄리앤 무어가 "희귀성 알츠하이머라니. 차라리 암(癌)이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日, 치매로 은퇴 후 '하류 노인' 전락 늘어

이웃 일본의 경우 치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지난 8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100세 시대 행복 수명 캠페인의 일환으로 초청한 '2020 하류 노인이 온다'의 저자인 후지타 다카노리씨는 '중산층의 하류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 원인으로 각종 질환과 사고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꼽았다. 일본에서는 수천만엔 저축이 있는데도 노인성 질환으로 저축을 모두 병원비로 소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일부는 말년에 오로지 국민연금에만 의존하게 돼 결국 생활보호수급 대상자로 전락하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또한 본인이 치매인지 자각을 못하는 독거노인은 치매로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사기에 따른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되어 '하류 노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류 노인이란 생활보호수급액으로 생활하는 고령자와, 그렇게 될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또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을 경우 간병비 부담 때문에 소위 '간병 이직'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간병 이직이란 가족을 간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말하는데, 일본에서는 연간 10만명 이상이 간병 이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로 인한 노후 빈곤 각종 보험으로 대비

결국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치매는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치매나 뇌졸중과 같은 병의 초기 증상을 파악하는 일종의 지표로 'FAST'를 사용한다. F·A·S·T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선 F(Face Dropping)는 얼굴이 처지거나 무감각해져 정상적으로 웃음 짓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A(Arm Weakness)는 팔에 힘이 없거나 무감각해져 양팔을 올렸을 때 팔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하며 S(Speech Difficulty)는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T(Time to Call 911)는 F·A·S에 해당되는 사항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그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119(구급센터)에 연락해야 함을 말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 환자 중 61%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소에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또는 노인성 질환자가 등급 판정을 통해 수급자로 인정되면 주·야간 보호, 방문 간호, 방문 목욕과 같은 '재가급여' 서비스 등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센터 공단지사에 신청하면 된다.

이 외에도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지 않는 본인 부담분과 비급여 의료비 지출에 대해선 민간 보험을 통해 대비해두는 것이 좋다. 치매를 비롯한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노후 빈곤은 어느날 갑자기 내 앞에 불쑥 찾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