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많이 오르기 어렵고 인력을 늘리려고 해도 시시콜콜 정부 간섭을 받아야 하겠죠. 다들 걱정이 큽니다."(금융감독원 팀장급 간부)

정부가 채용 비리로 비판받고 있는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금감원 임직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금감원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만한 요건을 갖췄다"며 국회의원들이 지적하자, 김 부총리가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부 지정 공공기관이 되면 예산 집행, 조직 운영 등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경영공시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임직원 임금 수준, 직원 복리후생 제도 등 40가지 경영 실태가 낱낱이 공개된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로부터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매년 임직원 성과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금감원은 2007년에 공공기관 중에서도 가장 감시 수위가 낮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09년 풀린 적이 있다. 당시 "금융감독기관으로서 특수성을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족쇄가 풀렸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주무 부처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뿐 공공기관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감시 체계에서는 벗어나 있다.

이와 관련 채용 비리와 갖가지 내부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정부 안에서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고액 연봉을 받고 정부 부처에 준하는 공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감시도 받지 않다가 채용 비리로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에 이대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500만원가량으로 정부 지정 332개 공공기관 직원의 작년 평균 보수(6607만원)보다 3000만원가량 많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불만이 감지되고 있지만 속으로만 끙끙 앓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사회적 질타를 받는 가운데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한다는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면 욕을 더 먹을 수 있으니 몸을 낮출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