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다주택·부동산 임대업자, 대출 힘들 것"
"가계부채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금리 인상 시 위험요인"

8.2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가 또 다시 가계부채 총량관리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미국발 금리 인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부동산 등에 쏠린 과도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현재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 위주여서 개별 가계의 상환 능력은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금리 인상 후폭풍에 취약 차주는 자칫 ‘빚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총량관리 성격이지만 빚 내서 집 사려는 다주택자와 부동산 임대업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주택 구입에 무리한 대출을 받지 말고 자산이나 소득 등 본인의 능력에 맞게 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차주별로 맞춤정책을 내놨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4일 서울청사에 열린 ‘가계부채 종합대책’ 기자 간담회에서 "거시경제적으로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는 가계 상환부담 증가로 이어져 소비·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계부채 증가 핵심은 주담대"

조선DB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만 연달아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예년에 비해 과도하게 빠르기 때문이다. 최근 2년 동안(2015년~2016년) 가계부채는 연평균 129조원 증가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60조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빠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 2007년 141%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 2016년 179%로 정점을 찍었다. 이는 OECD평균인 135%보다 높으며 OECD국가 중 9번째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지목한 가계부채 증가의 핵심 원인은 단연 주택담보대출 급증이다. 한동안 저금리 현상이 지속됐고 주택매입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차주는 물론 은행권도 주택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취급했다.

여기에 정부 정책도 부동산 과열을 부추겼다. 지난 2014년 재건축 규제 완화와 청약제도 간소화, 2015년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지난 정부가 주택관련 완화 정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가격 상승 기대를 촉발했고 시장은 과열됐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1313조원 중 주택담보대출이 744조원으로 5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449조원으로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 중 71%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이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인 것도 과도하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이 차관보는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8.2 부동산대책보다 더 강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에 집중된 가계부채의 효과적인 분산이 이번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다주택자·부동산임대업자 '정조준'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부동산에 쏠린 투기적 수요를 잡겠다는 목표다. 복수의 주택을 보유한 차주나 부동산 임대업자의 경우 은행권 대출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현재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을 상환 비용으로 산정했던 것과 달리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신DTI는 신규와 기존 주담대의 원리금을 상환 비용을 산정한다. 즉, 신DTI로 심사를 하면 이자만 계산했던 현행 DTI보다 상환 비용이 더 늘어 대출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강화된다. 정부는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RTI가 100%면 연간 임대소득을 모두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것이다.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RTI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갈 경우 대출이 힘들 것"이라며 "최소한 연간 임대 소득이 이자 비용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동산 등에 쏠린 투기적 수요를 잡고 저신용차주 등에는 정책자금을 투입하는 등 차주별 맞춤으로 정책을 마련했다는 것이 긍정적 평가의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차주별로 고용상황, 소득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대책을 수립한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은행의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의 기민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고 이게 주택 실수요자의 피해를 막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과 가계대출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과도하게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게 될 경우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는 우려를 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