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용퇴를 선언한 권오현 부회장의 후임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르면 다음 달 전체 사장단 인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2년 넘게 사장단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인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수장 후보와 연말 인사에서 떠오르는 인물들을 정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반도체 수장 후보는

24일 삼성전자(005930)와 재계에 따르면, 오는 31일 열릴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이 총괄해 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 대한 인선 추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권 부회장은 ‘지금은 후배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며 세대교체를 시사했다.

DS 부문장에는 김기남(59) 반도체 총괄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반도체연구소에서 D램 개발 연구원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해 반도체 연구소장, 종합기술원을 거친 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로 자리를 옮긴 전동수 사장, 지난 3월 삼성SDI 대표로 자리를 옮긴 전영현 사장, D램과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험을 쌓은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도 수장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가까운 사람은

지난해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되는 첫인사인 만큼 이 부회장과 가까운 인물도 주목 받고 있다. 삼성전자 안살림을 책임지는 이상훈(62) 경영지원실 사장은 구속 중인 이 부회장에게 주요 경영 사안을 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99~2002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시절 하버드대에서 유학 중인 이 부회장과 연을 맺었다.

이인용(60)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도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MBC 앵커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삼성전자로 이직했으며 2012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과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장원기(62) 중국본사 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소니와 합작사인 S-LCD 총괄 사장을 맡아 당시 S-LCD 등기이사였던 이 부회장과 동고동락했다. LCD 사업이 부진하자 잠시 최고경영자 보좌역으로 물러나 있다가 2011년 연말 인사에서 중국본사 사장에 올랐다.

지난 2015년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박근희(64)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이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부회장은 삼성사회봉사단으로 가기 전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을 양분하는 삼성생명을 맡아 금융 계열사의 수장 역할을 하며 이 부회장을 보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 인맥 중용되나

실리콘밸리 인맥과 삼성으로 이직한 기재부 출신들이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세대 교체 바람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2년 실리콘밸리에 세운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는 투자·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삼성전자 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전장 업체인 미국 하만(Harman)의 인수를 주도하기도 했다.

손영권(61)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이 부회장의 핵심 참모로도 꼽히고 있다. 그는 그레고리 리 미국법인 CEO를 제외하고 미국 내 삼성전자 임원들 중 가장 서열이 높다. 그는 인텔을 비롯해 다양한 실리콘밸리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했다. 이 부회장은 손영권 사장의 실리콘밸리 현지 네트워크와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과 하버드대 동문인 나온 데이비드 은(David Eun·50) 삼성넥스트 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전자 산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구글과 아메리카온라인(AOL) 미디어&스튜디오 등을 거친 데이비드 은 사장을 이 부회장이 직접 영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으로 이직한 기재부 출신 주목

삼성전자의 기획재정부 출신 인물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4월과 9월 기재부 고위공무원인 김이태(51) 전 국장과 박준규(42) 전 과장이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이태 전 국장은 삼성전자 기획팀 상무로, 박준규 전 과장은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실 상무로 일하고 있다. 당시 이들의 영입을 놓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등 승계를 위해 영입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이태 상무는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기재부에서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등 주요 보직을 지냈다. 국제금융에 정통한 그는 2012년부터 3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통화자본시장국 어드바이저로 일했다. 행정고시 41회인 박준규 상무는 주로 국제금융 분야에서 일했다. MIT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따고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다. 기재부 외신 대변인을 지내 영어 실력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