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54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정당하게 받은 돈”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 윤성식)는 지난 20일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국가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KAI가 협력업체에 대한 투자보상금을 자신의 제조원가인 재료비·기술료로 산정해 이에 대한 관리비·이윤을 받은 행위는 ‘개발투자금 보상에 관한 합의 및 기술이전비 보상에 관한 합의’에 따라 적법하다”며 “이중보상도 아니다”고 했다. 또 “개발투자금과 기술이전비는 정부투자금과 체계개발 단계가 아닌 양산단계에서 보상하는 돈으로 지급 시기가 늦어지면 추가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가 KAI에 373억 689만원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국가의 항소 없이 확정되면 KAI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회수했거나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주지 않은 비용 373억689만원을 받게 된다.

수리온

수리온 사업은 군의 기동헬기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방사청은 2006년 6월부터 6년간 총 1조2996억원을 투입해 수리온을 개발했다. 육군은 2012년 말부터 1조4000억여원을 들여 60여 대의 수리온을 도입해 운용 중이다.

방사청은 기술개발을 담당한 KAI 등 23개 국내외 업체에 투자보상금을 지급하기로 2006년 5월 30일에 합의했다. 투자보상금 일부는 1차 양산 때, 나머지는 2차 양산(2013년 12월 19일~2017년 12월 31일) 때 지급하기로 했다. KAI는 기술 개발 및 이전을 총괄하고 방사청으로 투자보상금을 받아 협력업체에 전달하는 ‘중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15년 10월 수리온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KAI가 다른 22개 업체의 개발투자금을 마치 KAI가 투자한 것처럼 원가 계산서를 작성해 총 547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KAI에 투자보상금 3036억원(개발투자금 1484억원, 기술이전비 1552억원)을 지급했는데, KAI가 일반관리비와 이윤 등을 부당하게 산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감사원은 547억원의 부당이득 외에 KAI의 경영비리를 지적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내사를 진행하다가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조선DB

KAI는 당시 감사원의 지적에 즉각 반발했다. KAI는 “방사청과 KAI가 체결한 합의서와 원가계산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적법하고 투명하게 받았다. 부당한 이득을 챙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KAI는 결국 작년 2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방사청이 수리온 제1·2차 양산 과정에서 회수했거나 지급 예정이었지만 주지 않은 373억689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KAI 손을 들어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사원이 무기체계 개발계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감사를 진행해 회사를 방산비리업체로 낙인시키는 일이 재발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