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8’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씨넷은 대만 현지 매체를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의 생산량을 50% 가량 감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8 시리즈의 월 생산량을 1000만~1200만 대에서 500~600만대로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아이폰8, 아이폰X 밀리고 아이폰7에 치이고

아이폰 시리즈는 지난달 22일 미국과 중국 등 1차 출시국에서 아이폰8이 출시됐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스웰링(팽창) 등 품질 문제도 불거진 데다 아이폰 매니아들은 11월 아이폰X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8 시리즈의 500만~600만 수준까지 공급 물량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애플의 주가는 이날 2.37% 하락했다. 애플이 제품 출시 1~2개월 만에 신제품의 공급량을 줄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폰7 시리즈는 매달 1300만대 가까이 팔렸다.

존 빈 키뱅크 캐피털 마켓 연구원은 시장보고서를 통해 “미국·영국 등 1차 출시국 이동통신사 판매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구형 아이폰7 모델이 아이폰8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1차 출시국인 일본에서도 아이폰8의 판매량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은 가전 판매점과 인터넷 쇼핑몰을 대상으로 집계한 데이터에서 아이폰8의 판매량이 아이폰7의 3분의 2, 아이폰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아이폰8 부진에 대한 원인을 아이폰7과 큰 차이 없는 성능과 디자인을 꼽았다. 아이폰8은 아이폰7의 업그레이드 모델이지만, 디자인은 동일한 반면 무선 충전과 A11 바이오닉 칩셋, 포트레이트 라이트닝 카메라 기능이 추가돼 가격이 아이폰7보다 150달러(약 17만원) 비싸다.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소비자들은 아이폰8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에 관심이 별로 없다"며 "150달러 저렴한 아이폰7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입장에서는 아이폰의8의 배터리 팽창 문제도 부담스럽다. 미국, 대만, 일본, 캐나다, 그리스 등에서 최소 7건 이상의 아이폰8의 배터리 팽창 현상이 나타났다. 애플은 지난 6일 “우리는 이 사실(배터리 팽창 문제)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현재 조사 중”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정확히 접수된 신고 건수와 배터리 불량 여부가 동일한지, 문제의 배터리 제조사는 어디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 아이폰X 집중으로 전략 선회?...국내도 아이폰X 대기 수요 많아

전문가들은 애플이 당초 계획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아이폰X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준 장 로젠블라트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아이폰8 생산을 줄이고 대신 생산 능력을 아이폰X로 집중시킬 것”이라며 “현재는 아이폰8과 아이폰X의 생산 비중이 50대50이지만, 오는 12월에는 아이폰X 생산 비중이 60~70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X 64GB와 256GB 모델 가격은 각각 999달러(약 113만원), 1145달러(약 130만원) 수준으로 역대 아이폰 중 최고가”라며 “애플 입장에서도 아이폰8보다는 가격이 비싼 아이폰X가 더 많이 판매되는 것이 수익성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아이폰8 시리즈와 아이폰X가 한달 차를 두고 출시되면서 사용자들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한 아이폰X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폰X는 3차원(3D) 센서 모듈 등 특정 부품의 수율이 떨어지면서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달 들어 부품 생산 수율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