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구단주로 있는 프로축구단 성남FC에 네이버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시민단체를 거쳐 39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민단체는 저소득층의 부채 탕감을 위해 2012년 설립됐으나 본업보다는 스포츠단 광고비에 대부분 기금을 사용한 것이다. 성남FC는 지난 3년간 이 시민단체를 포함해 두산, 농협, 차병원 등 기업에서 총 166억원의 후원 수입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대가성 논란과 함께 최순실 국정 농단에 빗대 '성남판 미르-K재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박성중(서울 서초을) 의원은 "네이버가 2015년과 2016년에 시민단체 희망살림 측에 법인 회비 명목으로 지원한 40억원 중 39억원이 '빚 탕감 운동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프로축구단 성남FC 유니폼의 로고 광고비로 쓰였다"며 "같은 기간에 본연의 사업인 저소득층의 '부실 채권 매입'에는 겨우 1억4000만원만 썼다"고 성남FC의 후원 기업 명단과 희망재단의 수입·지출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희망살림의 경우 2016년 전체 수입은 네이버의 기부(20억원)를 포함해 21억3000만원이었으며 비용은 성남FC 메인 스폰서 20억 1300만원과 저소득층 부실채권 매입비 1억4400만원, 채무상담사업비 980만원 등이었다.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약 7000만원의 손실을 냈다.

성남FC 후원 기업(2015~2017년) 명단에는 시민단체 희망살림(39억원)을 비롯해 두산(42억원), 농협(36억원), 차병원(33억원) 등이 포함됐다. 박 의원은 "이 기업들은 성남시로부터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아, 대가성이 있는 후원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네이버는 작년 9월 성남시로부터 분당구 정자동에 네이버 제2 사옥 건축 허가를 받아, 작년 말 착공에 들어갔다. 두산은 2015년 자사 소유 토지에 대한 용도 변경 허가를 받아, 이곳에 계열사 5곳을 이전할 대규모 업무 시설을 신축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년 배당 같은 선심성 사업을 줄였다면 기업에 오해 소지가 있는 후원을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청의 김남준 대변인은 "기업들이 프로스포츠팀에 후원하고 광고를 드러내면서 지역사회 공헌까지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이걸 근거 없이 대가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시민 단체 희망살림의 성남FC 후원도 스페인 바르셀로나 축구팀을 유니세프가 후원하는 것을 본뜬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0억원을 기부한 것은 지난 2015년 5월 성남시청에서 열린 '빚 탕감 프로젝트 협약식'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이재명 시장과 김진희 네이버I&S 대표, 제윤경 희망살림 상임이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부채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을 돕는 소위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일정 기간마다 죄와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의 전통)' 사업의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 시장은 롤링주빌리 은행의 공동 은행장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2015년 6·10월, 2016년 7· 9월에 10억원씩 총 40억원을 희망살림에 냈다. 희망살림은 이 지원금 중 39억원을 내고 성남FC의 2년간 메인 스폰서 자격을 따내 유니폼 앞쪽 가슴에 '롤링 주빌리' 또는 '주빌리 뱅크'를 노출했다.

게다가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네 번째 10억원을 납부한 2016년 9월, 성남시는 제2 사옥의 건축 허가를 내줬다. 당시 네이버 측은 지하 7층, 지상 8층의 건축 설계로 허가를 받았다. 네이버의 제2 사옥 건설 부지(1만848 ㎡)도 본래 성남시 소유였다가 이재명 시장 시절인 2013년 성남시가 네이버에 1235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희망 살림 기부금은 분할납부 계약이었기에 4차에 걸쳐 나누어 냈을 뿐 건축허가와는 상관없다"며 "해당 부지는 공개입찰을 통해 매입했고 이전에 이미 세 차례나 유찰된 부지여서 성남시로부터 어떠한 특혜나 편의를 제공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