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AI(인공지능)이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1%의 고액 자산가에만 제공됐던 전문가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반 대중에게도 제공하는 것이 AI를 통해 가능해질 전망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AI 기술을 중심으로 서비스, 상품, 조직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조선비즈는 ‘자산관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5회에 걸쳐 AI가 가져올 국내외 자산관리 산업의 변화를 진단하고 금융투자회사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오는 10월 25일 열릴 미래투자포럼에서도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자산관리 혁명’이란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다룬다. [편집자 주]

산업 전반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업계의 최전방에도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자산관리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RA) 산업의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울러 자문 업무 뿐 아니라 상품 판매나 질의 응답 등 고객 대응 업무에 인력이 아닌 ‘챗봇(Chattbot·대화형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물리적 비용 절감 뿐 아니라 서비스 질 향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로 인해 금융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일보DB

◆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도입과 함께 ‘챗봇’ 주목

로보어드바이저란 인공지능(AI)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처를 추천하는 자산관리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성향과 투자자산에 맞춰 필요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시간과 장소의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4년 157억 달러에서 2021년 790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2014년 874억원에서 2021년에는 1조902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IT 기술과 금융서비스의 결합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업계는 ‘챗봇’ 서비스에도 주목하고 있다. 챗봇은 ‘수다를 떨다’라는 뜻의 채터(chatter)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소비자의 질문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낸다. 챗봇은 고객이 24시간 사용 가능하고, 전화 상담보다 빠르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고객의 만족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챗봇은 수많은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의 대화 패턴과 규칙을 분석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면, 이 범위 안에 들어온 질문에 대해 자동으로 답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반 기술에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등의 기술을 적용해 답변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실례로 미국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인 ‘에리카’(Erica)를 사용 중이다. 이용자들은 에리카와 음성 대화를 할 수 있고 거래 내용이나 한도액, 계좌 잔액 등에 대한 질문에 자동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에리카는 또 고객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방안이나 이자비용 절감, 자금계획 조언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은행권이 금융투자업계 보다 한발 앞서 챗봇 서비스를 시행했다. 우리은행은 자사 메신저 서비스인 ‘위비톡’의 상담원으로 ‘위비봇’을 도입했고,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과 합작으로 출시한 생활금융 앱(응용프로그램) ‘핀크’의 전용 상담원으로 ‘핀고’를 적용했다. 위비봇은 현재 외환·환전 상담과 일반 상식 분야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 핀고는 계좌·카드 이용 현황과 소비패턴 분석 등 이용자의 금융 생활 전반에 대해 답변한다.

AI 기술이 적용된 실물 로봇을 영업점에 배치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11일부터 본점영업부, 명동 금융센터, 여의도금융센터에 로봇 은행원 ‘페퍼’를 도입했다. 페퍼는 사람의 표정을 보며 상황을 판단해 응대하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영역에 특화된 감정인식 로봇으로, 은행에서 창구 안내, 금융 상품 추천, 이벤트 안내 등 은행 업무를 수행한다. 또 예금·대출·보험·카드 네 개의 카테고리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 대신증권, 대화형 챗봇 ‘벤자민’ 서비스…기술부족·대규모 구조조정 과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이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 채팅로봇 ‘벤자민’을 출시했다. 대신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인 사이보스터치나 크레온모바일을 사용하는 고객은 물론 대신증권 홈페이지, 카카오톡에서도 벤자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벤자민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황이나 종목, 펀드 상품 추천 등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뉴스, 날씨 등 간단한 생활 정보까지 제공한다.

대신증권 MTS 사이보스의 챗봇 벤자민과 대화를 해봤다.

그러나 아직 챗봇의 기술력은 불완전하다. 인간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질문의 의도와 상관없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김상원 대신증권 O&T본부 부본부장은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챗봇의 기술력이 완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챗봇의 오답 사례를 분석하고 올바른 답변을 매칭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 질문을 인식하고 답변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더불어 챗봇의 도입으로 금융투자업계의 기존 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증권사 상담 창구 직원은 “앞서 은행권에서도 핀테크 기술 확산으로 창구를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며 “금융투자업계도 챗봇이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해당 업무에 종사하던 인력을 축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우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 부본부장은 “실제 챗봇 도입 이후 구조조정된 인력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인력은 좀 더 고차원적인 업무를 부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챗봇은 챗봇의 영역, 인간은 인간의 영역에서 임무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것을 추구하는 쪽의 발전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