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드라이브 건 정부…중기·자영업자 피해 지원방안 빠져
청년·여성 일자리 정책, 기존 발표 정책 재탕에 그쳐 '실효성 논란'

18일 정부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본격 추진 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생계에 타격을 받을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지원방안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휴일, 휴가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민간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도 제시되지 않아 결국 공공 부문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급증 추세인 공시족(族)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주52시간 추진 본격화…휴일·휴가제도 개편

정부는 휴일 포함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가 어려우면 정부의 행정 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1주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5일'이라는 행정 해석을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일관되게 유지해왔는데 이 해석을 폐기해 주당 52시간 초과 근무를 불법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장근로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은 현행 26개에서 10개로 줄이고, 특례업종에 대해서도 주 60시간 상한을 두고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1차 산업 등 근로시간 적용제외 업종과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시간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초과근로를 적립해 근로자가 원할 때 휴가로 활용하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를 도입하고 육아, 돌봄, 학업 등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 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도 확대하기로 했다.

휴일, 휴가제도를 개편해 노동자 휴식권을 보장하고 민간에도 정시 퇴근,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유연근무, 연가사용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 "공무원 삶의 질만 올라가나"…중기·자영업자 '한숨'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생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이를 보완할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로드맵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과 노동자의 부담완화 지원' 한 줄이 담긴 게 전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20%는 연간 1000만원도 못 벌고, 37%는 3년 안에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관련해서도 기존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정부에서 밝힌 것 이상의 보완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약 3조원을 투입해 최저임금 120% 이하 노동자 1명당 월 13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이는 앞서 정부에서 밝혔던 것을 재언급한 수준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지급할 건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휴일·휴가제도 개편의 경우 사실상 공공 부문 근로자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난 10일 간의 추석 연휴에도 상당수 중소기업 근로자는 쉰 날이 6일이 채 되지 않았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장사를 했지만 긴 연휴에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내수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근로시간 저축휴가제,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도 민간 기업에 도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는 제시되지 않았다. 경영계에선 초과근로와 휴가의 교환비율이 커지면 기업 부담이 커지며, 기존 선택적,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의 도입률이 낮은 원인을 충분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일자리 없는 청년에 수당 주면 해결 되나…여성 정책 진전 없어

청년과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일자리 정책도 제시됐지만 기존 정책에 비해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경우 구직촉진수당이 대표적인 정책으로 제시됐다. 올해와 내년에는 취업성공패키지와 연계해 3개월 간 30만원을 주고 2019년부터는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최대 5개월 간 5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수당을 지원하는 방식의 지원정책은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돕는다는 목적이지만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해법은 아니다. 질 좋은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해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원마련 방안은 불투명하다.

여성 일자리는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방향에 방점이 찍혔다.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기간을 최대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임금지원액도 통상임금의 60%에서 80%로 늘리기로 했다. 앞서 이미 발표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다 경력단절 여성의 채용 자체를 기피하는 기업 문화를 바꿀 만한 정책은 제시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