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선형(37)씨는 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대형 마트 장난감 가게에 가서 유령 형상의 '스크림 마스크' '호박 망토' 등을 구매했다. 오는 10월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아이가 친구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 10월 유치원에서 핼러윈 행사가 열렸는데 우리 애만 핼러윈 복장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서울 걷자 페스티벌’에서 20~30대 참가자들이 망토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핼러윈 문화가 유행하면서 업체들이‘핼러윈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외국계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신모(32)씨도 얼굴을 섬뜩하게 화장하는 메이크업 세트를 구매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직장 동료들끼리 호텔 야외 바에서 핼러윈 파티를 열기로 해서다. 신씨는 "2년 전 처음 참석했을 땐 민망한 복장에 창피했지만, 지금은 경쟁적으로 더 무섭거나 우습게 차려입고 온다"고 했다.

미국 축제 '핼러윈' 즐기는 한국인 늘어

미국 등 북미 지역의 축제인 '핼러윈'이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다. 핼러윈은 기독교 축일 만성절(萬聖節) 전야인 10월 31일 어린이들이 유령·괴물 등의 분장을 하고 이웃을 방문해 초콜릿·사탕 등을 얻어온다. 최근 해외 생활을 해본 사람들이 늘고 이벤트로 핼러윈 행사를 여는 영어유치원 등이 증가하면서, 핼러윈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핼러윈 직전 2주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다. 토이저러스 관계자는 "예전에는 호박 괴물 모양의 등(燈)이나 각종 마스크가 주로 팔렸지만, 최근엔 '마녀 모자' '악마뿔 헤어밴드' 등 품종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겨냥한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30일까지 전국 토이저러스·토이박스 매장에서 호박망토세트, 핼러윈 파티봉·머리띠, 스크림 마스크 등 핼러윈용품들을 판매하는 특별전을 연다. 스타필드도 31일까지 '해피&퍼니 핼러윈' 행사를 하남·코엑스몰·고양 등 전 점포에서 진행한다. '비싼 테마파크에 가지 않아도 복합 쇼핑몰에서 무료로 핼러윈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로 방문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식음료업체·호텔 등도 "핼러윈 잡아라"

의상·소품뿐이 아니고 핼러윈을 겨냥한 먹을거리나 화장품 등도 나오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이달 초 디즈니 캐릭터 미니언즈 모양의 핼러윈 한정판 호빵과 빨간 피 색깔을 연상시키는 라벨리드라큐라바를 출시했다. 커피 전문점 마노핀도 도깨비·강시 모양 등으로 꾸민 핼러윈 머핀을 내놓았다. 매일유업은 오는 29일까지 매 주말 전북 고창 상하농원에서 '유령 대소동' 이벤트를 연다. 진행 요원들은 유령·마녀 등으로 분장하고, '복분자 피 주스' '블루베리 눈알 에이드' 등을 판매한다. 아리따움은 10월 한 달간 얼굴에 붙일 수 있는 반짝이 스티커 등으로 구성된 핼러윈 메이크업 세트 '유니크 매직 컬렉션'을 한정 판매한다.

2010년대 들어 9~10월 핼러윈 축제를 진행해온 테마파크들도 핼러윈 축제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지난달부터 6시 이후 '호러 핼러윈2' 이벤트를 열고 있다. '빅 대디의 좀비 팩토리'는 방문객들이 좀비 공장을 살아서 탈출해야 한다는 콘셉트로 운영된다. 호텔들도 핼러윈 파티족을 겨냥한 상품들을 내놓았다. 오는 27일 롯데시티호텔 마포는 핏빛으로 물든 풀장, 수혈 팩에 담긴 칵테일 등으로 꾸며진 '나이트 풀 파티'를 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서운 복장으로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핼러윈은 전통 명절과 달리 젊은 층이나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