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002020)그룹의 유전체 자회사인 ‘티슈진(Tissugene·미국 법인)’이 내년 1분기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INVOSSA)’의 미국 임상 3상시험에 본격 착수한다. 오는 2021년 미국 임상 3상을 마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 신청(BLA)을 하고 2023년 인보사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티슈진이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동종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개발,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29번째 국산 신약인 인보사는 이달 국내에 출시된다.

티슈진은 미국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임상 3상을 통해 인보사가 세계 최초로 ‘디모드(DMOAD·Disease Modifying Osteoarthritis Drug)’로 입증받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디모드는 통증 완화나 기능 개선에서 더 나아가 구조적으로 골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회복시켜 골관절염의 원인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를 말한다.

이범섭 티슈진 공동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티슈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인보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차별화된 미국 임상 3상으로 ‘디모드’ 라벨 획득할 것”

티슈진은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미국 임상 3상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범섭 티슈진 공동 대표는 “차별화된 미국 임상 3상 프로토콜을 토대로 임상 환자를 확대해 충분한 통계적 데이터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한국 임상 3상보다 길게 관찰기간을 갖고 인보사가 디모드(DMOAD·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약물)로 지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티슈진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안으로 미국에서 임상 환자를 대상으로 인보사가 투여되면서 임상 3상이 시작된다. 한국 임상 3상이 한국 내 12개 병원에서 15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면, 미국 임상 3상은 미국 내 70개 병원에서 총 1020명을 대상으로 한다.

680명이 인보사 투여군(실험군)이고, 나머지 340명이 위약(가짝약) 투여군(대조군)이다. 또 한국 임상 3상은 12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임상 환자를 추적 관찰했는데 반해 미국 임상 3상은 인보사의 구조 개선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기 위해 관찰기관을 24개월로 늘렸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 2상과 한국 임상 3상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최소한 몇 명을 대상으로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했을 때 구조 개선 효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지 판단했을 때 800명이었다”면서 “미국 임상 3상 환자 수가 1020명이어서 모수가 800명보다 큰 만큼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임상 3상 환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인보사 투여 후 2년 이내에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는 1명도 없었던 반면에, 위약군에서는 5명이나 이 수술 치료를 받았다”면서 “인보사가 인공관절치환술을 늦게 받게 하거나 최대한 안받도록 해주는 골관절염의 원인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골관절염은 통증 및 기능성 장애로 인해 일상 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육체 및 정신적 장애까지 야기하는 질환으로, 관절 내 연골 손상 및 만성적 염증 기전의 악순환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주로 45세 이상 연령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현재 골관절염 치료제로는 진통소염제, 히알루론산, 스테로이드 등이 있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는 골관절염의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불가능하고 통증 완화 효과가 일시적인 데다 약물 부작용이 있다.

또 현재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연골결손 치료제’로 미세천공술(마모된 연골에 미세한 구멍을 내 피가 나게 한 뒤, 연골을 재생시키도록 돕는 수술)이 필요하다. 나아가 수술 치료요법인 인공관절치환술은 오랜 재활 기간 및 수술 후 통증, 15~20년 뒤 재수술 필요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

인보사는 약물 치료나 물리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 등이 지속되는 ‘골관절염 증상 진행 정도(Kellgren & Lawrence grader·이하 k&l grade)’ 2~3에 해당하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약이다. ‘무릎관절강 내 1회 주사하는 방식’으로 투약이 가능하다. k&l grade는 방사선학적으로 퇴행성 관절염의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의심(1단계), 경증(2단계), 중등도(3단계), 중증(4단계) 등 총 4단계로 구분된다.

기존 골관절염 치료제인 히알루론산은 k&l grade 1에서 주로 사용되고, 줄기세포 치료제는 k&l grade 4에서 사용된다. 인공관절치환술(수술 치료)는 k&l grade 4에 해당하는 환자가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 대표는 “인보사는 k&l grade 2~3 수준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사용되는 치료제”라며 “k&l grade 1에서 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제(진통소염제)하고 수술 사이에 치료의 갭이 굉장히 크게 존재하기 때문에 인보사가 이 갭을 메울 수 있는 미충족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혁신 신약(first-in-class)’으로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골관절염 증상 진행 정도

◆ “인보사 플랫폼 기술 토대로 손, 고관절, 류머티즘 관절염까지 적응증 확장”

티슈진은 인보사가 세계 최초 디모드’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약물인 만큼 인보사 개발 역량을 토대로 적응증을 확대해나가는 계획이다. 인보사는 현재 무릎 골관절염만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로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인보사는 ‘무릎’ 골관절염을 대상으로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인데, 현재 ‘손’과 ‘고관절’ 골관절염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까지 마친 상황”이라며 “나아가 근골격계 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 반월판(무릎 관절 연골), 추간판 디스크(목 디스크) 치료제로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는 전임상(동물실험)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또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동물의약품 시장에서도 동물의 무릎 골관절염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실험을 마쳤다”면서 “인보사 외 파이프라인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인보사라는 세포 유전자 기술 플랫폼으로 바탕으로 적응증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슈진은 코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공모자금 대부분을 인보사 미국 임상 3상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티슈진의 공모 예정 금액은 최소 1200억원에서 최대 2025억원이다.

권순욱 티슈진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은 10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현재 임상 3상에 드는 비용은 1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최소 공모 예정 금액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임상 3상을 진행하기에 자금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