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는 곳곳에서 굉음이 퍼져 나왔다. 처음으로 방한한 미 공군의 차기 전투기인 F-35A· F-22 스텔스 전투기가 상공을 수직으로 날아오르는 소리다. F-35A는 적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정밀타격이 가능해 유사시 북한의 정찰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후 평양에 진입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받는다. 이어 8대의 초음속 비행기 T-50B로 구성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은 상공에서 다이아몬드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하늘로 솟구쳤다가 폭포수처럼 수직 강하하며 관람객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곧이어 T-50 초음속 훈련기, KT-1 훈련기 등이 하늘을 날았다.

화려한 비행이 하늘을 수놓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가 개막 하루 전 언론공개 행사로 문을 열었다. 전시회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공항에서 개최된다. 17~20일은 전문관람일, 21~22일은 일반관람일로 운영된다. 일반관람일에는 비행이 오전, 오후 두 차례 예정됐다. 특히 올해는 20일을 초중고등학생 입장이 가능한 학생의 날로 지정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이 상공을 날고 있다

◆ 신뢰회복 나선 국내 방산업체…수출 시장 공략

최근 각종 비리·부실 의혹 등으로 분위기가 침체됐던 국내 방산업체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검찰 수사로 곤욕을 치른 한국항공우주(047810)(KAI)는 수리온 기반의 해병대용 상륙기동헬기를 이날 민간에 처음 선보였다. 해병대용 상륙기동헬기는 공중에서 수직상승해 몸집을 180도로 전후좌우로 연속 회전하며 기량을 뽐냈다. 조정혁 KAI 회전익개발시험조종사는 “논란이 됐던 수리온의 체계 결빙은 미국에서 이번 겨울부터 2차 시험을 받게 된다”며 “그 외 누수와 같은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동헬기인 만큼 수리온이 이번 전시회를 기회로 하루빨리 수출의 물꼬를 트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KAI를 포함해 LIG넥스원(079550), 한화그룹의 방산회사인 ㈜한화·한화테크윈·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한화지상방산, 현대로템(064350)등은 한정된 국내 방산시장을 넘어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 제품을 앞세워 전시했다. KAI 또한 전시장 한가운데에 미 공군의 요구에 맞춰 개량한 T50A를 배치했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T50A로 미 공군 훈련기 교체사업(APT) 입찰에 뛰어들었다. 입찰 결과는 올 연말 나온다.

LIG넥스원은 640㎡ 규모의 전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관심이 높은 한국형 GPS유도폭탄(KGGB)과, 중남미·중동에서 문의가 많은 대전차유도무기 현궁을 내세웠다. 전시장을 방문한 권희원 LIG넥스원 사장은 “이번 전시회가 자주국방 기술력을 뽐내고 동시에 해외바이어가 다수 방문하는 만큼 수출을 위한 홍보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1600㎡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는 전시장에서 “국내 방산시장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수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지상방산은 2001년 터키 수출을 시작으로 2014년 폴란드, 올해 인도와 핀란드에 수출한 K9 자주포를 전시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자동사격통제장치, 조종수 야간 잠망경 등의 성능이 개량된 K9A1 자주포를 선보였다. 한화디펜스는 성능이 검증된 K21 보병전투장갑차 차체에 105mm 포탑을 탑재한 K21-105 경전차, 무인기·헬기 등에 대한 단거리 대공방어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비호복합을 전시했다.

현대로템은 해외 고객사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차륜형장갑차와 K-2 전차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차륜형 장갑차를 해외 고객 요구사항에 맞게 무장장치인 포탑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개조해 중동, 남미, 동남아 지역에 수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에서부터 한국항공우주가 미 공군의 요구에 맞춰 개량한 T50A, 한화디펜스 K21-105 경전차, LIG넥스원 GPS유도폭탄(KGGB), 현대로템 차륜형장갑차

◆ 방산비리 의혹에 침체된 분위기…반전 기대

다만 검찰의 KAI에 대한 수사, 국세청의 한화 방산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어지면서 전시회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전시회를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는 올해 방문할 일반관람객이 25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학생의날을 유치하기도 했지만, 이는 지난해 행사보다 1만 명 줄어든 수치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시회 자체가 보여주기 위한 행사인데, 방산업 자체의 사기가 움추러들면서 실제로 참가를 망설이던 기업도 많았다”고 말했다. 전시회에 참여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어쇼에서는 대규모 수주와 같은 이벤트가 시기적으로 맞물려 흥행을 이끌고 있다. 또 상용 항공사들이 수주, 구매와 관련 깜짝 발표를 해 전시회가 홍보의 장 이상의 기능을 한다”며 “세계적으로 항공산업이 상용이 80%, 방산이 20%인데 한국은 거꾸로 방산이 80%, 상용이 20%라 전시가 보여주는 행사로 머무르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전시회 첫날인 17일 방문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개막식에서 분위기를 반전할만한 이야기를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