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 건물. 외벽엔 이달 31일부터 열리는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지난달 22일 끝난 '대한민국 국제 물 주간' 행사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마치 현재는 아무 행사도 열리지 않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건물 안 현관 출입은 보안 요원이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출입구에는 '출입증 패용자에 한해 출입이 가능하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안내문 우측 상단 모서리에 2.5㎝ 크기로 표시돼 있는 'WANO'라는 영문이 행사 성격을 암시하기는 했지만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알기 힘들었다.

34개국 원전 리더 500명이 모였는데… 총회 포스터 한장 안보인다 - 15일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가 열리고 있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 이달 말 열리는‘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 총회’와 지난달 이미 끝난‘대한민국 국제 물 주간’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14일 참석자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개막한 세계원전사업자협회 총회를 알리는 홍보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신고리 5·6호기 운명은… 시민참여단 찬반투표 마쳐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시민참여단의 2박3일 합숙 종합 토론회가 열렸던 충남 천안 계성원에서 최종 권고안의 방향을 결정할 시민참여단 4차 설문조사 결과지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시민참여단은 이날 해산했으며, 공론화위는 조사 결과에 따른 최종 권고안을 오는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원전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가 열리고 있다. 14일 리셉션을 시작으로 34개국 122개 원전 운영업체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원자력 산업계 리더 500여명이 참석하는 행사가 시작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유치한 WANO 총회는 우리 원전 기술의 안전성·경제성을 세계에 알려 원전 수출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표방하고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사 중단까지 추진하는 상황까지 오자 한수원은 홍보를 접고 행사는 '찬밥 신세'가 됐다. 한수원은 15일에야 '전 세계 원전 운영사 CEO 및 고위급 관계자 등 500명 이상이 참석한다'는 내용의 A4 1장짜리 짤막한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출입문에 붙어 있는 출입 통제 공지문 우측 상단 모서리에 2.5㎝ 크기로‘WANO’가 표시돼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어떤 행사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경주 도심에서도 WANO 총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WANO 총회에서 환영 리셉션, 본부 및 지역별 이사회, 세션별 주제 발표와 토론회 등이 열리고, 18일부터 21일까지는 원전 시설 견학과 투어도 진행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행사장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도 다들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관심이 없다.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장관은 물론 차관도 참석할 계획이 없다. 지난달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백 장관은 "WANO 개최국에서 중앙정부 고위급 관료가 참석한 전례가 없고, 한수원도 참석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자중기위 장병완 위원장(국민의당) 등이 "백 장관이 WANO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참석을 권했지만 백 장관은 끝내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산자중기위 소속인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우리 원전 기술을 깎아내리고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고 홍보하는 정부에서 장관의 불참은 예견된 것이었다"며 "한수원의 요청이 없었다지만 대통령과 장관 눈치가 보여 한수원이 참석 요청을 할 수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WANO 총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세계 원전 대표들에게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알릴 기회인데 주무 장관이 불참하고, 대통령과 정부가 연일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말로는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경쟁국인 중국은 원전 수주를 위해 총리급이 나서는 등 정상 외교를 펼치고 있는 데 반해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행태는 원전 수출 기회를 놓치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놓고 진행된 공론화위는 15일 오후 천안 계성원에서 시민참여단의 2박3일 종합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4차 설문조사까지 모두 끝났고, 결과는 오는 20일 오전 10시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