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PUBLY)에서 출판한 디지털 콘텐츠의 내용과 질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콘텐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결제 방식과 읽는 환경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디지털’과 ‘콘텐츠’가 합쳐진 상품인 셈이죠.”

디지털로 된 음악이나 동영상, 게임에 돈은 쓰는 사용자는 늘었지만, 문자로 된 디지털 콘텐츠에 돈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디어와 출판 업계도 ‘뉴스와 출판은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지털 출판도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업이 있다.

2015년 4월 출범한 출판 스타트업인 퍼블리는 2016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매출이 1000만원이 넘는 콘텐츠를 11개 출판했다. 매출 6000만원을 기록한 콘텐츠도 있다. 지난해까지 퍼블리의 월 매출은 약 6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9월부터는 전년 동기 대비 10배인 6000만원에 달한다. 퍼블리는 지난달 캡스톤 파트너스, 퓨처플레이, CVC 이노베이스로부터 시리즈A 투자(10억원)도 유치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에서 단순히 콘텐츠의 질만이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까지 퍼블리에서 출판한 콘텐츠 포스트 앞에서 촬영하는 박 대표.

9월 2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사용자 경험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기용하고, 콘텐츠 상품화를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획자를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콘텐츠 소비자가 이탈하는 지점을 알아내 불편을 해소했다”면서 “가령, 여러 단계를 거쳐야했던 결제 단계도 ‘두 번의 클릭’으로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퍼블리 개발자들은 2주 단위로 사용자 불편 개선을 위한 목표를 정하고 해결한다. 특정 버튼이 잘 보이게 하거나 찜하기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작지만 소비자 경험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박 대표는 “6개의 실패 프로젝트(전체 프로젝트의 약 10%)를 통해 배운 내용을 새 콘텐츠 기획에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자와 주제 사이의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소비자의 커리어나 교육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닌, 단순 취미·교양에 그치는 정보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또 단순히 해외의 좋은 사례를 전달하기 보단 그런 사례를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전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퍼블리는 콘텐츠가 잘 팔리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주제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예약구매 기간 퍼블리가 지원할 마케팅 활동을 저자와 공유한다. 작가가 직접 홍보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해 매출을 추적하기도 한다. 저자가 스타성이 있거나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알리면 성공률이 높다. 오프라인 저자 미팅 등 세부적인 계획도 중요하다.

퍼블리가 지금까지 출판한 콘텐츠들.

퍼블리는 콘텐츠 제목과 개요만 공개하고 독자들이 콘텐츠를 발간되기 전에 구매를 유도한다.

박 대표는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 수준을 파악하고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면서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독자가 구매했는지,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구매했는지 여부에 따라 콘텐츠 수준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서 제공했던 ‘학생 할인’ 등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퍼블리가 할 일은 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을 연속적으로 분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