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플레이션 압력 발생할 위험 존재"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이후 자본 유출 경계"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3일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이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시아 지역 경제 전체의 리스크 요인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이 인플레이션 기대가 적정치보다 훨씬 낮게 내려가는 디앵커링(de-anchoring)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로 지목했다. 사실상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IMF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올해 아시아 지역 경제는 4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은 평균 연 5.6% 성장할 것”이라며 “선진국으로의 수출 뿐만 아니라 역내 무역도 늘면서 각국 내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도 4월 대비 0.1%포인트 높은 평균 연 5.5%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판단을 내리기 아직 성급하다”며 “회복세가 본격화된 미국, 유럽과 달리 아웃풋갭(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격차)도 여전히 큰 폭인 데다 여러 하방 위험(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 게 하는 악재)들이 존재한다”고 이 국장은 덧붙였다.

IMF가 꼽은 하방 위험은 ▲선진국 금리 정상화로 인한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 ▲북한 핵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IT(정보기술) 분야의 산업 사이클로 인한 관련 제품 수요 정체 등이었다. 북한 리스크가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자 지역 전체의 경제 리스크 요인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 국장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 특히 한반도에서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각국의 주된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인 외국인직접투자(FDI)와 무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하지만 “금융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국, 유럽 등의 기준금리 인상이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을 야기할 가능성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IMF는 중국 경제가 급격한 조정 과정에 접어들면 선진국 금리 인상 충격이 증폭될 것으로 분석했다.

IMF는 한국을 태국과 함께 인플레이션 기대가 내려가는 디앵커링(de-anchoring)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로 지목했다. 이 국장은 “한국과 태국 등의 나라는 오랫동안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밑돌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목표를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6월 한국금융학회 강연에서 “한국의 경우 에이징(aging·인구고령화) 문제가 있어 인플레이션이 내려간다고 보면 인플레이션 앵커(anchor·지지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식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