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는 탈(脫)원전은 에너지 안보를 뒤흔들 것이다."(정범진 경희대 교수)

"전기가 남아돌고 있어 원전 없이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조선일보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에너지산업 컨퍼런스에서 현 정부 탈원전 정책 방향성과 추진 속도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당),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호성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윤동준 포스코에너지 사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기 전에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비전과 수단을 제시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원전을 줄이고, 강압적으로 신재생을 하라고 하기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부드러운 정책 제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향후 에너지 정책을 수립·집행해 나갈 때도 국민과 전문가, 국회 등과 상의하는 유연한 대화의 장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은 국내 전체 발전량에서 30%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18%로 낮추고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 비중을 각각 20%와 37%로 늘린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조선일보가 주최한 ‘에너지산업 컨퍼런스’가 열렸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방향과 속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바람직한 신재생 에너지 정책 등의 주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진지한 토론을 진행했다.

1세션에서는 정부 탈원전 정책이 전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의견이 오갔다. 탈원전에 비판적인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은 감당하기 힘든 넓은 토지가 필요하고 100% 수입에 의존하는 LNG(액화천연가스)는 가격이 비싼 데다 변동성까지 심해 공급이 불안정하다"며 "탈원전을 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해치고 전력 안보에도 비상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그동안 정부 전력 소비 증가율 예측은 늘 부풀려졌다"며 "우리나라 전력 수요는 정체 단계에 접어든 만큼 에너지 전환에 나서도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원전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이 나왔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으로 값싼 전기를 공급해왔기 때문에 국내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원전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진희 동국대 교수는 "1970년대 경제 성장기에 원전이 역할을 했지만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 신산업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11일 ‘에너지산업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 속도에 대해서도 찬반 양측이 다른 주장을 펼쳤다. 정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정부가 탈원전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의도 없었고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100%에 육박한 국가가 나오고 있는데 '원전 선진국'이라는 한국은 20여 년째 재생에너지 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꼴찌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관련, 정 교수는 "국민에게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는 "신고리 5·6호기 발전용량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용량의 1.9%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고,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