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석 부사장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말 갤럭시S8과 함께 공개한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빅스비(Bixby)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발 총책임자를 전격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구글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업계가 AI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가 빅스비를 어떻게 끌고나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빅스비 개발 업무를 총괄했던 이인종 무선개발1실장(부사장)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현지 연구소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모바일 플랫폼(기반)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정의석 부사장을 국내로 불러들여 빅스비 개발 전권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은 에릭슨 등을 거쳐 삼성전자 스마트폰 연구소에 있다가 2015년부터 SRA '모바일 플랫폼&솔루션 랩(Lab)'을 이끌었다. 이인종 부사장은 앞으로도 개발1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빅스비를 제외한 스마트폰 개발 업무를 맡는다.

업계에서는 이인종 부사장이 빅스비 업무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지지부진한 '빅스비'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네트워크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윌리엄 베넷상을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수상한 통신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2011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담하며 기업용 스마트폰 보안 프로그램 '녹스(KNOX)',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등을 개발했고, 지난해엔 AI 분야의 미국 스타트업 비브랩스 인수를 주도했다. 그런 이 부사장을 교체한 것은 그만큼 삼성이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공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치는 데 대해 내부적으로 상당한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SK텔레콤·네이버·KT 등 대표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뒤처질 경우 스마트폰 향후 전략 수립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갤럭시S8’을 공개하면서 자사 스마트폰에 처음 탑재하는 인공지능 비서‘빅스비(Bixby)’를 선보였다.

실제로도 빅스비는 음성 인식 오류가 많아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느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어 버전 출시도 애초 계획했던 5월 말에서 계속 연기되다 결국 예정보다 두 달 정도 늦은 7월 19일에야 이뤄졌고, 그마저도 외신으로부터 '절반만 완성된 상태' '기대 이하의 기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월 갤럭시노트8을 선보이면서 서비스 지역을 한국·미국에서 전 세계 200여개국으로 확대했지만 정작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발표 행사 때에는 듀얼(렌즈 2개) 카메라, S펜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9월 들어서는 작동 오류가 많다는 사용자 불만을 받아들여 갤럭시S8의 좌측 버튼을 눌러도 빅스비가 실행되지 않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업그레이드된 빅스비 2.0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다른 앱(응용 프로그램)과 연동을 위해서는 빅스비를 기본 설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갤럭시S8 출시에 맞춰 빅스비 서비스를 서둘러 시작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음성 인식 서비스가 향후 스마트폰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