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의원 “탈원전, 국민 공감대 위에서 방향·속도 결정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의 비용이 향후 20년간 230조원 이상에 이르며, 이를 부담하기 위해 주택용, 산업용 전력요금이 오는 2024년부터 지금보다 최소 20% 넘게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고리 원전 1호기 퇴역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했다.

12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서울 관악구갑)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입법처는 정부가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활용하는 소프트웨어(WASP)를 이용해 탈원전 정책이 전력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했다고 설명했다.

입법처는 정부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생산하기로 한 전력량을 그대로 생산한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노후 석탄화력 및 원자력발전소 폐쇄 ▲신재생에너지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비중 확대 등을 가정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 "전력요금 단가, 2024년부터 지금보다 최소 20% 오를 것"

당초 7차 계획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35년까지 전력 생산에 드는 누적비용이 502조5611억원이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이 비용은 46.1%(231조9312억원) 증가한 734조4924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입법처는 추정했다. 연평균 11조원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이를 가정, 기업 등 사용자가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

입법처 분석에 따르면 전력요금 단가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난 후인 2024년부터 2016년 대비 20% 넘게 오른다. 2016년 킬로와트시(kWh)당 111.23원에서 정부 임기 내인 2022년까지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3년에 130원을 넘어서고 2024년 134.62원으로 21% 오른다. 입법처는 "여기엔 탈원전 계획에 따른 송배전 비용 변화는 포함되지 않아 요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요금 인상률은 2024년 기준으로 산업용이 21.84%, 주택용이 19.26%, 일반용이 17.97% 순으로 높았다. 인상률은 해마다 계속 높아져 2035년에는 산업용 43.28%, 주택용 38.16%, 일반용 35.6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당정(黨政)은 "오는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문제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난 이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전(前) 정권에서 계획한 원전과 화력발전소가 차례로 완공되면서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설비 용량이 늘어나지만, 탈원전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22년부터 수명연장 기간이 만료되는 월성1호기 등 기존 노후 원전이 폐쇄되기 때문이다.

◆ "기업, 총 투입금액서 전력·신재생에너지 비중 1.35%→1.62%"

전력요금이 20% 인상된다고 가정할 때, 기업의 총 투입금액에서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 투입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35%에서 1.62%로 약 0.27%포인트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금액으로 보면 49조4780억원에서 59조3736억원으로 9조8956억원 늘어난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제품이 0.56%포인트 늘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으로는 화학제품(0.54%포인트), 광산품(0.53%포인트), 전력, 가스 및 증기(0.52%포인트), 기타 제조업 제품 및 임가공(0.50%포인트), 목재 및 종이, 인쇄(0.42%포인트) 순으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김성식 의원은 "탈원전은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그 방향과 속도가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탈원전 비용, 이로 인한 요금 인상 등 계획의 정확한 정부 설명과 국민의 수용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