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절감 방안으로 VAN(부가통신사업자)사 비경유 결제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물품 대금을 지불한 경우 결제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한 수수료를 VAN사에 지불하고 있다. 80년대 신용카드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서울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외국인들의 신용카드 결제를 원활히 하기 위해 우리나라엔 VAN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사업이 시작됐다.

VAN사가 가맹점에 결제용 단말기를 설치하고 그 단말기와 신용카드사 사이에 통신을 연결시켜준 대가로 신용카드사로부터 승인 건 당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은 전화선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했던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에선 나름 경제적인 대안이 됐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 유·무선 인터넷이 설치된 지금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성기 나스텍 대표가 28일 서울 성수동 나스텍 본사 회의실에서 VAN사의 사업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통신망이 불안정했던 과거에는 VAN을 통하는 게 안정성에서 좋았지만 인터넷선이 확보된 지금에도 VAN을 통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신용카드 통합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스텍 이성기 대표의 말이다. 나스텍은 가맹점과 신용카드사 간의 직승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IT 벤처다. 직승인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VAN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나가지 않는다. 수수료로 나갔던 비용은 가맹점의 부가 수익으로 돌아간다.

이 대표에 따르면 VAN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한 건 2015년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이 개정되면서다.

여전법 개정 이전까진 가맹점은 VAN사로부터 결제건수에 따른 보상금이나 카드결제를 위한 단말기 등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리베이트 일체가 금지됐다. 각종 보상금이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가맹점으로선 되려 신용카드 수수료가 오른 꼴이 됐다.

이 대표는 “여전법 개정으로 보상금 등 수수가 금지가 됐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네트워크 환경이 엄청난 발전을 한 상태에서 굳이 신용카드사와 가맹점간 사이에서 VAN사에게 역할을 맡길 이유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연간 1조원 이상이 신용카드사로부터 VAN사에 수수료로 지급되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가맹점을 직접 연결해 거래가 이뤄 질 경우 이중 상당한 금액이 가맹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3년 8개 카드사가 벌어들인 가맹점수수료와 밴수수료 지급 현황

이 대표는 최근 VAN사들이 기존 가맹점을 유지하기 위해 물밑에서 벌이고 있는 단말기 교체 경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개정 여전법에 따르면 내년 7월까지 모든 가맹점은 금융위에 등록된 신용카드 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여전법 개정으로 리베이트가 금지되면서 모든 교체 비용은 가맹점이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VAN사 별로 각기 다른 규격과 프로토콜을 쓰고 있기 때문에 VAN사를 변경하는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단말기는 사용할 수 없고 신규로 변경된 VAN사의 단말기를 구매해야 한다.

이 대표는 “자기돈을 들여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VAN사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거래를 중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표준 단말기를 만들어 가맹점이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롯데정보통신에서는 전 VAN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개발한 바 있다. 어느 VAN사든 키만 주입하면 해당 회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단말기를 새로 구입하지 않고도 서비스의 질에 따라 편리하게 VAN사를 변경하거나 카드사 직승인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전자제품 매장에서 TV를 사면 어떤 회사의 제품을 사더라도 TV 시청이라는 기본 기능엔 문제가 없지 않느냐”며 “단말기도 이처럼 표준화하면 가맹점의 선택권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