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구글 협력 등 자율주행선박 개발 경쟁 치열...국내는 조선사 중심 기지개

선원 없이 원격 조종만으로 항해할 수 있는 자율운항선박(무인선박)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영국, 일본, 노르웨이 등 해양강국들이 자율운항선박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선 가운데 국내 조선‧해운업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영국 선박‧항공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지난 3일 스웨덴에서 구글과 선박 자동 운항을 위한 기술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롤스로이스는 2014년 무인선박 개발 사업에 뛰어든 이후 위성통신업체 인마샛(Inmarsat) 등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구글이 보유한 클라우드 머신러닝 엔진(Cloud Machine Learning Engine)을 이용해 무인 선박이 해상 운항 도중 만날 수 있는 물체를 탐지하고 식별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물체 분류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개발하면 충돌 회피를 통해 해상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머신러닝은 기계 학습이라는 의미로,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는 기술이다.

무인선박 개발 프로젝트(AAWA)를 주도하는 롤스로이스는 2020년 말까지 선박 원격조정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2025년 내항‧근해선의 무인화, 2030년 원양 선박의 완전 무인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선박 무인화가 실현되면 인건비 절감 등으로 선사들의 운항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르노 테노브오 롤스로이스 선박 인텔리전스 담당자는 “지능형 인식 시스템이 선박과 승무원의 안전성과 함께 운항 효율성도 높일 것”이라며 “구글 클라우드와 협업을 통해 이런 시스템을 더 빠르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율운항선박 이미지

◆ 통신기술 발달로 자율운항선박 개발 가속화

자율운항선박 개발은 위성 통신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한 2012년 무렵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해상 운항 중인 선박은 인터넷을 활용할 수 없었다. 무선통신기술 발달로 운항 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육지와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자율운항선박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인건비 감소 등 비용 절감이 꼽힌다. 다만 선원이 없기 때문에 해상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무인선박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해상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율운항선박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롤스로이스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여러 관련 업체들은 기술 개발 경쟁을 돌입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노르웨이의 농화학업체 야라인터내셔널과 선박자동화시스템 개발업체 콩스버그가 공동 개발 중인 자율운항선박 야라 버클랜드(Yara Birkeland)다. 12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선 1개) 규모로 설계됐다. 2018년 하반기까지 개발을 끝내고 2020년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야라 버클랜드는 자율운항일 뿐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 선박으로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야라인터내셔널은 야라 버클랜드가 같은 크기의 유인 컨테이너선에 비해 3배 비싸지만, 연간 운용비를 90% 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해운업체 NYK도 자율운항 컨테이너 선박을 개발해 2019년 북미 노선에서 시범 운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위해 자국 내 레이더생산업체, 통신설비생산업체 등과 협력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선박 자동운항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자율운항은 현재 기술로도 실현 가능한 수준이지만 경제성, 규제 장벽, 해운노동조합의 반발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야라인터내셔널, 콩스버스가 공동 개발 중인 자율운항선박 ‘야라 버클랜드’

◆ 국내는 조선소 중심으로 기술 개발 중…산업연구원 “관련업체들과 협력 필요”

엔진 제조업체(롤스로이스), 해운업체(NYK)가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주도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 중심으로 스마트십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십은 육상에서 항해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는 선박으로 자율운항선박의 직전 단계로 평가받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업체인 바흐리와 스마트십 부문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적인 위성통신업체인 인마샛과 손을 잡고 현재 개발 중인 스마트선박 솔루션에 인마샛의 해상용 초고속 광대역 위성통신서비스 ‘플리트 익스프레스’를 적용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9월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동향과 한국산업의 대응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 스마트선박은 최종 단계 유형인 자율운항선박으로 빠르게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스마트선박에 필요한 표준 플랫폼 개발을 위해서 관련 업체들의 협력과 공동 추진이 필요하고, 통신규약 관련 표준화도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선박은 조선·해양분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국내에선 대형 조선 3사 위주로 연비 향상, 에너지 절감, 운항 관리·제어기술 등 스마트 선박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