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동화 농장에서 보리를 수확하고 있는 로봇 콤바인(노란색)과 트랙터.

세계 각국에서 농업 자동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로봇이 농사의 전(全) 과정을 담당한 영국의 보리밭에서 첫 수확을 하는 데 성공했다. 로봇이 농사를 짓는 시대가 현실화된 것이다.

영국 하퍼 애덤스 대학의 조너선 길 박사 연구진은 최근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1㏊(1만㎡) 면적의 로봇 농장에서 처음으로 보리를 수확했다고 밝혔다. 수확량은 4.5t으로 아직은 일반 농장(㏊당 약 6.8t)보다 적었다. 연구진은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로봇 농장의 경제성도 빠르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농장은 밭 갈고 씨 뿌리는 일에서부터 농약과 비료 살포, 수확까지 모두 로봇이 수행했다. '핸즈 프리 헥타르(Hands Free Hectar)'라는 연구 프로젝트 이름대로였다.

연구진은 먼저 일반 트랙터와 콤바인을 사서 스스로 움직이며 작업을 할 수 있게 구동장치와 무선통신장치 등을 추가했다. 보리밭을 모눈종이처럼 격자로 나눈 지도도 입력했다. 로봇 트랙터와 콤바인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보리밭에서 정해진 위치에 다다른 뒤 구동장치를 작동해 땅을 파고 씨를 뿌렸다. 농기계를 일종의 자율주행 자동차로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직선 주행이 어려워 기껏 심은 보리를 짓밟기도 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주행 능력이 발전해 나중에는 보리를 건드리지 않고 비료와 제초제까지 살포했다.

하늘에서는 드론(무인기)이 수시로 보리 상태를 조사했다. 드론은 보리밭을 카메라로 찍고 보리의 색을 분석해 수확 시기를 정했다. 드론에 특수 제작한 집게를 달아 공중에서 분석용 보리 낱알을 잘라오기도 했다.

연구진은 농사 로봇의 크기와 작업 범위를 줄일수록 농사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테면 비료·제초제 살포 범위를 30m에서 6m로 줄이면 병에 걸렸거나 영양 상태가 나쁜 작물만 골라 살포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이고 토질도 그만큼 좋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