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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수출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35% 증가했다. 195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61년 만에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철강의 수출량이 크게 늘었고, 반도체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유기발광바이오드(OLED) 등 부가가치가 큰 품목의 수출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10월 장기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조기 통관이 늘어난 영향도 미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통관 기준 수출액이 551억3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했다고 1일 밝혔다. 역대 월별 1위는 2014년 10월 수출액인 516억3000만 달러였다.

수출액 증가율은 9개월 연속 두자릿수를 보였다. 수출액 증가율은 올해 1월 11.1%, 2월 20.2%, 3월 13.7%, 4월 24.2%, 5월 13.4%, 6월 13.7%, 7월 19.5%, 8월 17.4%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23억5000만 달러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보였다. 지난 최대치는 2014년 6월 기록한 22억8000만 달러였다. 일평균 수출액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413억8000만 달러로 작년 9월보다 21.7% 늘었다.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인 무역수지는 137억5000만 달러 흑자로 6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수출액은 작년 3분기보다 24.0% 늘어난 15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입 증감률 추이(%)

◆ 반도체·SSD·OLED 등 고부가가치 품목 수출액 증가 영향

반도체와 SSD, OLED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출량이 9월 수출액 증가를 이끌었다. 9월에는 13개 주력품목 중 철강·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10개 품목 수출액이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70.0% 늘어난 96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원희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가격의 안정세가 지속하고 있고 신형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반도체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4기가바이트 D램 현물 가격은 올해 6월 3.24달러, 7월 3.45달러, 8월 3.57달러, 9월 3.65달러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 부품인 SSD 수출액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SSD의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보다 20.5% 증가한 5억4000만 달러였다. 대용량 데이터와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스토리지 기업들의 SSD 대량 구매 수요가 나타난 덕분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SSD 수출액은 올해 4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노트북 제품의 SSD 채택률은 작년 35%에서 올해 50%로 늘었다.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장 성수기를 대비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출액은 작년보다 56.2% 증가한 10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OLED 수출 호조로 디스플레이 수출액도 전년보다 10.1% 늘어난 25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철강재 단가 상승과 노르웨이에 해양플랜트용 철구조물을 수출하며 철강 품목 수출액도 작년보다 107.2% 증가해 사상 최대 수출액인 4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자동차는 57.6%, 석유제품은 49.5%, 석유화학은 41.5%씩 수출액이 늘었다.

산업부는 추석 연휴도 수출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작년에는 9월에 추석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 9월에는 조업일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원희 과장은 “작년 9월에 비해 조업일수가 2.5일 정도 늘었다”며 “10월 최대 열흘에 달하는 추석 연휴도 수출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하기 전 조기 통관이 늘면서 수출이 9월에 몰린 것이다.

지난달 13대 품목의 수출증감율(%)

◆ 중동 제외한 전지역 두자릿수 수출액 증가

지역별로는 중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액이 두자릿수로 증가했다. 아세안에 대한 수출액은 91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세안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신형 스마트폰을 생산하면서 메모리와 OLED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현지 생산기지로 가는 반도체와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수출이 늘어나면서 베트남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47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인도에 대한 수출액은 작년보다 22.3% 늘어난 11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인도 정부가 지난 7월 단행한 세제개혁에 따라 전기전자부품 관세가 인하되면서 인도에 대한 수출액이 증가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중남미도 전자제품 수요가 늘면서 수출액이 작년보다 65.2% 늘었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수출액 증가율은 41.6%를 기록했고 이어 미국 28.9%, 중국 23.4%, 유럽연합(EU) 23.0%, 일본 22.3% 순이다.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항공기 및 부품 수입이 작년보다 18.8% 늘었지만, 자동차 수출이 늘어 작년 9월보다 8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다만 올해들어 9월까지 누적 흑자는 136억1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178억8000만 달러보다 23.9% 감소했다.

◆ “당분간 수출 증가세 지속”…경기 하방 요인도 존재

정부는 수출액 증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EU의 경기가 동시에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정보통신(IT) 업계 경기 호조세가 지속해 수출액이 늘어날 것이란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보유 자산 축소를 선언하면서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산업부는 전망했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직후 "다음 달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축소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연준 발표에 따르면 다음 달 100억달러(약 11조3350억원)의 자산 축소를 시작으로 매달 100억달러씩 자산을 줄여나간다.

이원희 과장은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환율 변동성이 커져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여러 하방 요인들로 올해 10월부터는 수출 증가율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수출이 단순히 양적 성장에서 머무르지 않고 일자리 창출이나 중소기업 성장 등으로 국내 경제에 균형있게 확산될 수 있도록 수출구조 혁신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