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현지시각)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기아자동차 부스. 이날 기아차는 유럽 전략모델 ‘프로씨드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베일에 감춰졌던 프로씨드가 공개되는 순간,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기아차 디자인 중 가장 낫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볼륨감 넘치는 차체와 낮은 루프라인, 긴 보닛과 짧은 앞 오버행을 통해 균형감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기아차관계자는 “프로씨드 콘셉트카는 기아 유럽디자인센터에서 제작했다”며 “씨드와 프로씨드의 디자인을 계승하는 동시에 유럽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다”고 말했다.

프로씨드 콘셉트.

그러나 프로씨드를 국내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씨드는 유럽 전략 차종으로 슬로바키아에서 전량 생산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사 합의에 따라 해외에서 생산되는 차를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차가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있더라도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현대·기아차 중에는 수입차 못지않은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갖춘 매력적인 차들이 많다. 그럼 국내에서 돈 주고도 못사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유럽·인도 현지화...소형차 위주 공략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유럽,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에 설립한 해외 공장에서 현지 전략 차종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들 차종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현지 지형과 기후, 고객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지 전략 차종은 국내 판매 모델을 조금씩 개량한 모델보다 현지에서 인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위에둥과 랑동, 베르나, 밍투, 유럽에선 i10, i20, ix20, 인도에서는 i10, i20, 이온, 브라질의 경우 HB20, 러시아에선 쏠라리스 등의 전략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중국에서 K2와 K4, 유럽에선 씨드와 벤가, 러시아의 경우 리오 등을 판매 중이다.

현대차 크레타.

인도에서는 현대차의 소형차 'i10'과 'i20'와 소형 SUV '크레타(Creta)'의 인기가 높다. 특히 크레타는 현대차의 인도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해 인도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했다. 크레타는 인도의 취약한 도로 사정을 고려해 차체의 강도를 강화하고, 주로 운전사를 고용하는 현지의 특성을 감안해 차주가 앉는 뒷좌석 공간을 넓히고 뒷자리 전용 에어컨 송풍구를 설치했다. 또 식수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인도 소비자를 위해 1리터짜리 수통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도 마련했다.

유럽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소형차 위주의 전략 차량을 앞세워 마케팅을 강화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기아차는 준중형 모델 '씨드(Ceed)'를 앞세워 유럽시장을 공략했다. 씨드는 개발에서 생산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유럽에서 진행된 기아차의 첫 유럽 전략형 모델이다.

기아차는 시드를 바탕으로 5도어 왜건형과 3도어 모델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출시한 상태다. 유럽 전략 모델은 같은 모델이더라도 좀 더 고급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현대차가 2008년 유럽시장에 출시한 i20는 인도에서 판매하는 i20보다 엔진과 편의사양을 보강해 유럽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 덩치 키우고 화려해지는 中현지 전략 모델

현대차는 2012년부터 아반떼MD(중국명 랑둥)의 차체를 늘린 '아반떼 롱바디'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가 아반떼 롱바디를 출시한 이유는 중국 현지에서 준중형과 중형차 차급 사이 모델의 인기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큰 차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은 준중형급 차량 구매 시에도 중형급 이상의 차체 크기를 원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 중국 전략모델 랑둥.

랑둥은 실내공간이 큰 차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국내에 판매한 아반떼MD 보다 차체를 4cm 가량 늘려 생산되고 있다. 국내 모델보다 크롬을 많이 넣고 헤드라이트도 큼직하게 디자인했다. 중국형 싼타페 역시 국내 신형 싼타페와 거의 동일한 외형이지만, 길이는 국내용보다 35㎜ 키워 큰 차체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대응했다.

지상고(노면과 차밑바닥의 간격)를 올리거나 화려하게 외장을 바꾸는 것도 중국 현지 전략형 모델의 특징이다. 투산(중국명 추웬신 투셩)의 경우 현지 도로환경 등에 맞게 국내 모델보다 지상고가 10㎜ 늘어났다. 또 부분적으로 금색 도장을 입히고 뒷좌석을 넓혔다. 2015년 출시한 중국형 쏘나타도 투싼과 마찬가지로 국내 모델보다 차체 높이를 10㎜ 높였다. 또 차량 앞쪽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그물형으로 바꾸는 등 화려함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