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홍콩과 베이징, 상하이의 집값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차이나머니(China Money·중국 자본)가 부동산으로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부동산 투자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인 상하이 도심 전경.

글로벌 부동산 중개업소인 센추리21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은 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단독주택 및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29개국, 75개 도시의 단독주택과 아파트 가격을 비교한 결과다.

지난달 28일 환율기준으로 홍콩 단독주택의 1㎡당 가격은 주룽반도가 3532만원, 홍콩섬이 3220만원, 홍콩의 행정기관이 모여있는 신계 지역의 평균 가격은 1313만원으로 집계됐다.

홍콩에 이어 단독주택이 두 번째로 비싼 도시는 베이징이다. 베이징의 1㎡당 주택 가격은 995만원이었다. 3위인 상하이의 1㎡당 주택 가격은 945만원이었다. 북미 지역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1㎡당 925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밴쿠버 816만원, 몬트리올 519만원, 뉴욕 503만원 순이었다.

서울은 1당 436만원으로 아시아에서는 홍콩,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 타이베이 다음으로 단독주택 가격이 비쌌다.

아파트(콘도)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도 홍콩이다. 홍콩섬의 아파트 가격은 1㎡당 2306만원, 주룽반도와 신계는 각각 1891만원, 1785만원이었다. 두 번째로 아파트가 비싼 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에 있는 알코바르로, 1㎡당 평균 가격이 1464만원이었다.

이밖에 샌프란시스코 1㎡당 1439만원, 밴쿠버 1160만원, 뉴욕 1099만원, 싱가포르 1027만원, 베이징 942만5000원, 시드니 942만1000원, 상하이 889만원, 토론토 824만원, 도쿄 767만원, 서울 676만원 순으로 아파트 값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과 중국 대도시 주택가격이 유달리 비싼 이유는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차이나머니가 부동산에 집중되면서 주택가격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홍콩의 주택 가격은 20.8%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베이징은 11.5%, 상하이는 10.0% 올랐다. 장저우, 창샤, 광저우 등지의 주택 가격도 18~23%나 올랐다.

위 리앗 리 BNP파리바 아시아태평양 수석연구원은 싱가포르 영자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부동산 시장은 광적이지만, 가격이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자본유출을 억제하면 결국 돈은 홍콩에 머물게 된다”며 “투자할 만한 실물자산이 마땅치 않는 상황에서 유동성은 자산 가치를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규제로 가격 상승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홍콩의 부동산 가격 상승폭은 다른 국가의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띈다. 전 세계 거부들을 조사하는 중국 ‘후룬(胡潤)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50개 도시 가운데 중국의 도시가 21개나 됐다. 미국은 7개, 독일은 6개, 캐나다는 4개, 호주는 3개 도시가 상위 50개 도시에 포함됐다. 서울은 9.3%의 상승률을 기록해 4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