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이 중요한 시점에 하루빨리 새 대표이사라도 선임 해줘야…”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에 대해 방산·정부·군 관계자들에게 물을 때마다 되돌아오는 말이다. 분식회계·뇌물공여·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하성용 전 KAI 대표가 사표를 낸 지 70일이 넘었다. 하 대표는 구속됐다.

KAI로선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KAI는 지난 3월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18조원 규모의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KAI는 조만간 미 공군의 실사를 받는다. 연말이면 입찰 결과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입찰은 한국의 항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방산업계에서는 미 공군의 결정에 영향받는 동맹국 수요를 감안하면 100조원대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KAI가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낙찰 가능성이 적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APT 사업을 포함해 수출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김인식 부사장이 지난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성섭 부사장(개발부문 부문장)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경영진 공백 상태나 다름없다. 현재 회사 내 사내 등기이사가 없다. 장 직무대행도 등기이사가 아니다. 회사의 주요 투자 결정, 심의 안건에 대해 책임지고 이끌고 나갈 리더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미국 공군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리 만무하다.

KAI 비리 의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방위산업을 위해 KAI가 진행한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같이 중요한 시점에 비상체제로 리더 없이 회사가 경영되어선 안된다.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조속히 선임해 경영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KAI의 최대주주인 정부는 이런 일에 대해선 뒷전인듯하다. 1대 주주인 국책은행 수출입은행도 최근 은행장이 바뀌면서 KAI 신임 대표이사 선임에 별다른 의견을 표출하지 않고 있다. 방위산업은 수요처가 정부로 국가가 이끌고 가야 하는 분야다. 국가 스스로 방위산업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