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3D 프린터 로봇이 달 토양과 플라스틱 용액을 섞은 시멘트를 층층이 쌓아 돔형 달 기지를 건설하는 상상도. 달 기지는 달의 거대한 용암 동굴 안에 세울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의 공상과학(SF) 드라마 '마스(Mars·화성)'는 2033년 화성에 도착한 우주인들의 정착 과정을 그렸다. 우주인들은 천신만고 끝에 동굴을 찾아 그 안에 첫 거주시설을 짓는다. 드라마의 상상력이 사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 과학자들이 달과 화성에 우주인의 마을을 세울 만큼 커다란 용암 동굴들이 있다고 발표했다. 2050년까지 1000명 이상이 살 달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나왔다.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이 동굴에서 삶을 시작했듯 우주에서 새로 만들 문명도 동굴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달에서 폭 1㎞ 용암 동굴 발견
이탈리아 파도바대·볼로냐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2017 유럽행성과학대회'에서 지구와 달, 화성의 용암 동굴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위성 관측 정보를 토대로 지구의 용암 동굴은 폭이 최대 30m 정도이지만, 달에는 폭 1㎞의 동굴이 수백㎞에 걸쳐 이어져 있다고 밝혔다. 화성의 동굴은 폭이 250m 정도로 추정됐다. 파도바대의 리카르도 포조본 박사는 "화성 동굴은 우주인 거주시설들이 들어선 거리를 세울 규모이고, 달에는 마을 전체가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용암 동굴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땅속으로 흘러가면서 생긴 지형이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란사로테섬과 하와이섬, 이탈리아 시실리섬처럼 과거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곳에서 많이 발견된다. 유럽우주기구(ESA)는 이미 달이나 화성의 동굴 탐사에 대비해 란사로테 용암 동굴에서 우주인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세 천체의 가장 큰 차이는 중력이다. 밑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없으면 용암은 계속 부풀어 올라 큰 동굴을 만든다. 달은 중력이 지구의 17%에 불과하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용암 동굴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은 중력이 지구의 38%이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인공위성은 달의 중력 지도를 만들었다. 지하에 빈 공간이 있으면 밀도가 낮아 중력이 낮게 나온다. 과학자들은 중력이 다른 곳보다 특히 낮았던 현무암 평원에 과거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하 용암동굴이 있다고 본다.


우주방사선·운석 막고 물도 제공
과학자들이 달과 화성에서 동굴을 찾는 것은 우주인의 정착지로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대기가 희박한 달과 화성에서는 우주에서 날아온 강력한 에너지의 방사선 입자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인체와 전자장비를 공격한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운석도 골칫거리다. 동굴은 방사선과 운석을 차단해줄 자연 보호막이다.


우주 정착에 필수적인 물도 동굴에서 구할 수 있다. NASA는 2009년 달 남반구의 햇빛이 들지 않은 지역에서 올림픽 규격 수영장 1500개를 채울 수 있는 39억L의 물이 얼음 상태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용암 동굴은 햇빛을 차단해 물이 얼음 상태로 있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본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도 필요하고, 수소와 산소로 분리해 우주선의 연료로도 쓸 수 있다. 지구에서 1차로 달까지 갈 수 있을 만큼만 연료를 싣고 로켓을 발사하고, 중력이 약한 달에서 다시 연료를 채우고 먼 우주로 나가면 발사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유럽우주기구는 이번 대회에서 2030년까지 달에 우주인 6~10명이 살 기지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달 거주인은 2050년까지 1000명 수준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쯤이면 달에서 태어난 아기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달 기지 건설에는 3D(입체) 프린터가 동원된다. 신휴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극한건설연구단장은 "달 토양에 접착제로 물 대신 플라스틱을 녹여 넣고, 이것을 3D 프린터로 층층이 쌓아 돔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SA는 지난 4월 중국국가항천국과 2020년대에 3D 프린터로 달기지를 공동 건설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과학자들은 달 기지가 2024년 퇴역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우리나라도 우주용 3D 프린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21~26일 미국에서 NASA가 주최한 '달 기지 3D 프린팅 대회'에서 건설기술연구원·한양대팀이 최종 결선에 진출해 달 기지 모형을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신휴성 단장은 "미국 대학 팀 두 곳을 제외하면 외국팀으로는 유일하게 최종 임무까지 완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