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원전 반대 시민단체들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의 재가동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압박하자, 원자력연구원이 여러차례 해명을 해야했다. 하나로는 3년째 가동 중단 중이고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재가동 승인 검사에 나선 상황이었다.

시민단체인 ‘핵재처리실험저지를 위한 30km연대’는 2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하나로 재가동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하나로 원자로가 내진 보강을 위한 외벽공사를 마무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허가를 받으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전시민검증단의 안정성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은데다 재가동시 방출되는 기체성·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안전 조치가 미흡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이들은 또 “하나로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은 원전 1기당 배출되는 삼중수소 양보다 2~3배 많다”며 “삼중수소의 방사능은 약하지만 물에 흡수돼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삼중수소에 대한 대책 없이 하나로를 재가동한다면 결국 대전시민이 건강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에 대해 하나로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가 기준치의 10분의 1에 그쳐 건강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전시 주관으로 추진중인 시민검증단이 제기한 각종 의혹 사항이 해소될 때까지 원안위는 수행중인 검사를 일시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연구로는 핵분열 반응시 나오는 열을 버리고 중성자를 이용해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 낸다. 연구로에서 만들어지는 방사성동위원소 중 ‘요오드(아이오딘)’는 수술을 받은 암환자에게 남은 종양을 제거하는 방사선 치료에 쓰이는 핵심 물질이다. 선박이나 자동차, 일반 가스저장 등에 필요한 연료 탱크나 압력 용기의 균열을 검사하고 안전성을 확인하는 ‘비파괴검사’에는 방사성동위원소 ‘이리듐’을 활용한다.

국내 유일 연구로인 하나로는 1995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이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있지만 3년째 가동이 중단되면서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은 물론 연구개발(R&D)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파이로프로세싱’ 모의 실험 연구시설 ‘프라이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파이로프로세싱’도 야당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정위) 소속의 추혜선 의원(정의당)이 “관련 연구비를 삭감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추 의원이 지난 25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찾아 “파이로프로세싱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성과나 지속가능 여부를 알 수 없는 실정”이라며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으로서 관련 연구비를 삭감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원자력연구원을 직접 겨냥, “원자력연구원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에 직결되는 고리 1호기 제염 해체와 방사능 안전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국회는 해체 관련 연구비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원자력 분야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하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에 대한 지원은 올해 연말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4500억원이 투입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분열을 하지 않은 플루토늄이 포함된 부분에서 고속로라는 새로운 원자로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약 2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을 중단한다면 기존 사용후핵연료 1만5000톤과 앞으로 나올 2만여톤의 사용후핵연료를 땅에 묻을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