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부품 사업을 위해 주머니 속 자금을 꺼냈습니다. 지난 10년간 샘플을 납품하는 게 전부였지만 꾸준히 연구하고 투자를 늘려가며 준비했죠.”

황만용 신흥에스이씨 대표는 21일 신흥에스이씨 본사에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가전 전자부품 회사였던 신흥에스이씨는 2007년부터 전기차용 중대형전지 사업을 준비했다. ‘전기차’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도 않던 시기였다.

황만용 신흥에스이씨 대표가 신흥에스이씨의 주력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신흥에스이씨 공동창업자인 최화봉 회장과 김점봉회장과 황만용 사장, 김기린 사장은 전기차 부품 사업을 위해 총 50억원을 내놨다. 전기차 시대를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전기차 부품 사업은 지난 10년간 애를 먹었지만,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황만용 신흥에스이씨 대표는 “지금까지 10년간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요즘에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소형전지 시장보다는 중대형전지 시장의 성장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 TV 브라운관 부품부터 전기차 부품까지...시류 읽고 사업 변화 나서

지난 1979년 설립된 신흥에스이씨가 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38년의 업력를 자랑하는 신흥에스이씨는 전기차 부품을 생산해 상장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전세계에서 친환경정책이 나오고 있는 덕분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차의 판매와 생산 금지 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확정했다.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도 영국의 공유차량을 2020년까지 모두 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폭스바겐, BMW 등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략을 발표했다.

신흥에스이씨가 처음부터 전기차 부품에 주력하는 업체는 아니었다. 신흥에스이씨는 삼성SDI에 브라운관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시류에 맞춰 사업영역을 바꿔나갔다. 1970~80년대 당시 신흥에스이씨는 TV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자 완만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1990년대로 넘어가면서 LCD TV, PDP TV가 등이 나오면서 브라운관 부품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신흥에스이씨는 TV 브라운관 부품 생산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자 주력 상품을 바꿨다.

2000년도부터는 이차전지 시장에 진출했다. 휴대전화, 노트북용 소형전지를 생산했다. 휴대전화, 노트북용 전지는 수요증가에 따라 성장궤도를 달렸다.

소형전지의 매출증가세가 둔화되자 신흥에스이씨는 포트폴리오를 늘렸다. 2007년부터는 전기차 시장 진출 준비를 시작했다. 세번째 도전이었다. 소형전지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대형전지 사업에 투자하는 식이었다.

◆ 꾸준함의 힘...성공할 때까지 한다

진출 시작부터 2015년까지 전기자동차 부품은 샘플을 납품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투자는 계속됐다. 전기차 시대가 언젠가 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전기차 사업 부문은 2015년부터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중대형전지를 바탕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으로도 진출해 기대를 받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해까지 전기차 관련 부품은 샘플 납품만 계속됐지만, 매출 규모가 점점 늘어나는 것에 희망을 봤다”며 “당시 매출액에서 소형전지부품과 대형전지부품 비중이 8대 2였다면 지금은 정 반대”라고 말했다.

신흥에스이씨 공장 내부.

신흥에스이씨는 현재 4대 핵심소재(양극, 음극, 전해, 분리막)를 담는 ‘캡 어셈블리’와 ‘캔’, 배터리를 연결하는 ‘팩 모듈’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2차전지 안전장치 부문에 특화돼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제품별 매출 비중은 중대형 캡 어셈블리(69%), 소형 원형 CID(20%), 중대형 각형 캔(8%), 소형 캡 어셈블리(3%) 순이다.

황 대표는 “배터리 관련 부품은 조금만 잘못 만들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폭탄이 된다”며 “배터리 내부 압력이 상승해 폭발할 수 있어 전류를 차단하고, 가스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게 돕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기업들은 최근에 전기차 성장세를 보고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는 10년 전부터 뛰어들었기 때문에 기술격차가 크다”며 “안정성이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신뢰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진입장벽도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신흥에스이씨의 경쟁력으로 꾸준함으로 꼽았다. 신흥에스이씨 연구팀은 8년동안 리튬 폴리머 전지용 필름(스트립 터미널)을 연구·개발한 끝에 납품을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트립터미널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 대표는 “삼성SDI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많은데 스트립 터미널, 원형 배터리 신제품 출시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매출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표면처리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전기자동차 경량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2차전지 시장 확대에 따른 동반성장 기대”

신흥에스이씨의 매출액은 지난 2010년 298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001억원까지 올랐다. 황 대표는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며 “그간 완만한 성장을 했다면, 최근 이차전지가 주목받으면서 급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xEV), IT 셀가격기준. (단위:십억)

황 대표는 해외 공장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외 시설 투자가 있었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9%를 기록했다. 신흥에스이씨는 유럽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SDI와 함께 헝가리에 진출했다. 헝가리 공장은 내년에 가동을 시작한다.

신흥에스이씨 직원들은 중국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현재 중국 공장의 가동률은 10%대 수준이다. 신흥에스이씨는 유럽 완성차 업체로의 제품 판매, ESS용 제품 생산 등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리서치전문기관인 SNE리서치는 2020년 전세계 전기차(xEV) 판매대수가 917만380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 대비 292.9% 증가한 수치다. 연평균 31.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 대표는 “중국의 신에너지차 의무생산 할당 제도 도입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 등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에스이씨는 상장 전부터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흥에스이씨의 공모가는 공모희망밴드(1만1000~1만4000원)를 웃도는 1만6000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731.42대 1을 기록했다. 공모금액은 336억원이다. 공모 자금은 설비 증설과 사업 다각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액면가: 2500원

▲자본금: 135억9800만원

▲주요주주(상장 전 기준): 김기린(18.78%), 최화봉(12.95%), 김점용(12.95%), 황만용(7.18%) 등

▲주관사(삼성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 신흥에스이씨의 주력제품인 중대형 각형 캡어셈블리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전방산업인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과 연관성이 높은 제품임.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및 세제 혜택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전기자동차 시장은 2011년~2015년까지 연평균 24.4% 성장했음. 2016년~2020년까지 연평균 31.7%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됨. 그러나 정책적인 지원이 축소되어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성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신흥에스이씨의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신흥에스이씨는 1979년 신흥정밀로 설립되어 1986년 삼성SDI의 협력사로 등록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삼성SDI와 거래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음. 신흥에스이씨는 2016년 기준 국내 매출의 90.3%, 해외 자회사 매출의 100%를 삼성SDI를 통해 발생시키고 있는 공급사. 2016년 기준 소형 원형 N-CID 1위, 중대형 각형 캡 어셈블리 1위 등 삼성SDI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음. 그러나 기존 공급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거나 신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여 신흥에스이씨의 시장점유율이 축소되거나 수주 경쟁이 심화될 경우 신흥에스이씨의 매출 및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음.

-2차전지는 그 유형별(원형, 각형, 폴리머형)로 사용되는 어플리케이션(2차전지 사용 기기)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시장 트렌드와 어플리케이션사의 전략에 따라 2차전지 유형별 트렌드도 많은 영향을 받음. 신규 어플리케이션 등장 또는 예상하지 못한 기존 어플리케이션의 변화에 따라 신흥에스이씨의 주력 제품 수요 감소, 글로벌 경기 급변동 등으로 인한 전방산업의 위축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