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 중견조선사 빅딜을 추진한다. STX조선, 성동조선, 대한조선 등이 빅딜 대상이다. 합병이나 지주회사 설립 후 통합 등 방법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빅딜 추진을 위해 기존 금융위 주도의 구조조정 체계를 벗어나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의 역할 및 책임을 강화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 차관보급 실무자 회의에서 각 부처 역할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중견조선소 빅딜을 위한 시나리오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위원회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등 조선·해운 주관부처가 산업 경쟁력 분석 등을 먼저 한 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위 주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26일 정부 관계자는 "중견조선사들의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국내 조선사끼리의 경쟁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결국 중국과의 경쟁인데,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중견조선사의 합병 및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중견조선사, 빅딜해야 생존”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국내 중견조선사는 STX조선, 성동조선, 대선조선, 대한조선 등이다.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이었던 SPP조선은 사실상 청산된 상황이다. 정부는 이들 중견조선사를 청산 혹은 퇴출하기보다는 빅딜 등을 추진해 장기적으로 생존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 중견조선사가 각자 도생하며 서로 경쟁할 경우 저가수주 등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견조선사 구조조정을 통해 간접비를 줄여 수익구조를 갖춘 뒤 중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자국내 수주 선박에 대해 100% 자금을 지원하며 저가 수주를 하고 있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등의 경우 각각 인력규모가 1400여명으로 간접비 규모가 과도하다. 수익이 나는 수주를 하려 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빅딜에 대한 시나리오는 현재 각 관계부처의 역할이 정해지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3개의 조선사를 물리적으로 통합하기보다는 지주회사를 세워 일괄 경영토록 하는 방안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물량 확보 및 건조 계획 등을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물리적 통합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조선사는 기존의 보유하고 있던 건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한 시나리오는 수평적 통합이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대한조선을 물리적으로 합병해 하나의 조선사로 만드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조선사가 자산 매각, 인력 감축을 통해 다운사이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이는 각 조선사의 주력 선종이 다르고 물리적 통합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면 합병말고 STX조선과 성동조선 또는 성동조선과 대한조선 등 개별 조선소 간의 합병도 가능성있는 시나리오다.

정부 관계자는 “빅딜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연말 혹은 연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각 조선소에 대한 경쟁력 분석이 선행된 뒤 빅딜 시나리오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구조조정 손 놨던 산업부·해수부…역할·책임 확대

이번 중견조선소 빅딜에 앞서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 체계를 재편할 계획이다. 우선 산업부와 해수부의 역할 및 책임을 확대·강화한다. 산업부와 해수부는 산업 구조조정 추진을 시행하기 전 외부 컨설팅을 거쳐 산업경쟁력 분석을 주도할 전망이다. 해당 분석은 금융위 중심의 구조조정의 근거가 될 예정이다. 또 금융위·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을 벗어나 민간 자본 참여를 통한 구조조정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두 부처의 역할 확대는 그동안 산업부와 해수부가 대우조선,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 ‘수수방관’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조선업 주관부서인 산업부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별 다른 책임과 역할 없이 금융위 주도의 구조조정에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수부 역시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위에만 책임을 떠넘겨 물류대란이라는 후폭풍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위 역시 개별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산업 경쟁력 분석 없이 금융논리로만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비판여론을 받아야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비판여론을 인식해 각 부처의 역할을 일정 부분 분담하고 책임을 분산토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도 구체화한다. 이는 지난 4월 금융위가 발표한 신(新) 기업구조조정으로, 자본시장 참여를 통한 방안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주채권은행은 사모펀드(PEF) 등에 부실기업을 매각하고 일정 부분 자금을 투입한다. 사모펀드는 해당 기업을 구조조정해 정상화한 뒤 시장에 매각한다. 또 사모펀드가 부실기업 정상화를 위해 투입하는 한도성 여신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이 총 1조6000억원을 재원으로 여신과 보증을 제공해 지원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중견 조선소 빅딜은 이번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새로운 구조조정 틀을 통해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