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해외 자원 개발 붐을 타고 볼리비아 리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볼리비아 정부와 양해각서를 5번이나 체결했다. 이명박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 성공 사례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외 자원 개발은 '부실과 비리'로 낙인찍혔다.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시작 6년 만인 2015년 제대로 개발도 해보지 못한 채 끝났다. 볼리비아 정부는 중국 업체와 리튬 개발 계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전기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니켈·코발트의 가격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이달 현재 리튬 가격은 ㎏당 142.9위안(21.6달러)으로 2015년 9월 44위안(6.7달러)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코발트 가격은 두 배가 됐고, 니켈 가격은 2년 만의 최고치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한국은 자원 가격이 오를 때 샀다가, 떨어졌을 때 헐값에 내다 파는 '샤워실의 바보' 같은 해외 자원 개발을 해왔다. 물이 차다고 뜨거운 물을 많이 틀고 다시 뜨겁다고 찬물을 많이 트는 꼴이다.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자원 개발 정책이 정권 변화에 따라 '냉·온탕'을 오간 것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일관된 해외 자원 개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해외 자원 투자를 2011년 714억4000만달러에서 작년에 823억5000만달러로, 일본은 같은 기간 497억4100만달러에서 두 배인 1069억4700만달러로 늘렸다. 반면 한국의 투자는 114억6400만달러에서 27억8000만달러로 급감했다. 일본과 중국은 자원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저렴하게 자원을 확보할 기회'로 보고 투자 자금을 늘렸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대폭 줄인 것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권 때처럼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앞뒤 안 가리고 자원 개발에 뛰어드는 것도 문제고 정권에 따라 하다 말다를 반복하는 것도 문제"라며 "해외 자원 개발은 성공 확률이 10~15%에 불과, 기술·자본을 오랜 시간 축적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장기 투자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포스코대우는 지난 2000년 미얀마 가스전 탐사권을 얻은 뒤 13년 동안 2조3000억원을 투자해 2013년부터 중국에 가스를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1970년대 미국·유럽·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탐사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곳에서 향후 25년간 판매할 수 있는 가스전을 발견해 냈다. 향후 연간 2500억~3000억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적폐'로 취급하면서 투자가 얼어붙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 투자액은 최근 5년 동안 4분의 1토막이 났다. 신규 사업 수도 2011년 71건이었던 것이 2013년 33건으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는 10건에 그쳤다. 올해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말까지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한국전력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투자 회수율은 36.7%였다. 해외 자원 개발이 비판받는 것은 이같이 더딘 성과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자원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의 투자 회수율만 갖고 부실이라고 단정 짓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자원 가격은 사이클에 따라 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매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맹언 부경대 교수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자원 개발 논란과 관련, "경제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추진한 데다 유가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고, 손실을 최소화하지 못한 과실은 있지만, 과거의 잘못 때문에 당장 헐값에 팔거나 자원 개발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길게 내다보고 경제성이 없는 것은 빨리 처분해 새 광구나 자산을 확보하는 등 해외 자원 개발 투자를 계속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