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청년 주거복지를 위해 선보인 ‘청년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이하 청년 협동조합주택)’이 부실 시공과 미흡한 하자 보수로 입주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청년 협동조합주택에서 누수 등 시공 하자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관리 기관인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청년 입주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청년 협동조합주택 입주자와 해당 구청 등에 따르면 서대문구와 양천구 청년 협동조합주택 입주자들이 시공 하자를 발견해 SH공사에 신고했지만, 공사 측이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는 등 하자 보수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있는 협동조합형 청년주택 ‘이와일가’ 입주자들은 올해 여름 창틀에서 물이 새 고생했다. 그 전에도 누수와 곰팡이 문제 등의 시공 하자를 보수해 달라고 SH공사 측에 요청했지만, 주민들은 “공사가 매번 미온적인 태도로 책임 소재를 미루려고 했다”고 전했다.

입주자 황모씨는 “하자 보수는 SH 주거복지센터가 처리해야 하는 부분인데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자 문제를 제기해도 제때 해결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있는 협동조합형 청년주택.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보수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관리 책임 기관인 SH공사 측에 전달하는데 해결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입주자와 구청, SH공사 측으로 이뤄진 3자 회의 등을 구성해 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H공사는 “하자 문제가 모두 처리됐다”고 발을 뺐다. 하지만 문제를 확인하려는 언론이 취재에 나서자 공사 측은 뒤늦게 하자 단지 입주자에게 “문제를 해결할 테니 언론 제보를 취소해달라”며 회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구에 있는 또 다른 청년 협동조합주택에서도 SH공사 측의 소홀한 하자 보수 대응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협동조합형 청년주택에서도 누수와 곰팡이 등의 문제로 민원이 제기됐지만 SH공사의 조치가 소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천구청 담당 관계자는 “시설 보수는 SH공사 측이 담당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공사 측이 예산이 없고 사정이 있다는 식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SH공사 양천센터 관계자는 “곰팡이나 누수 같은 경우 하자 처리를 했다”며 “습기가 빠지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인데, 이런 부분은 시공사 책임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시공사에 요청해 보수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한 입주자는 “하자는 거의 모든 청년 (협동조합) 주택에서 겪게 되는 문제 같다”며 “SH공사에 신고해도 해결이 바로 안 돼 해당 구청에 민원을 신청해야 그나마 관련자들과 회의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정부가 내려주는 예산 중 주택을 매입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임대주택 관리 예산이 부족해, 자체 예산을 편성하기 어려운 지방자치단체는 임대주택 관리∙보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며 “임대주택 예산을 편성할 때 관리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년 협동조합주택은 육아, 예술, 취업 등 관심사가 비슷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젊은층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주택을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2014년 강서구 가양동 육아협동조합 공공주택을 시작으로 6곳에서 178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다.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 10~20만원의 임대료로 주거비용이 낮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