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가 코앞이다. 시골에서 농사 짓고 사는 부모님이 늘 안쓰러웠다면 이번 연휴에는 용돈 봉투보다 ‘농지 연금’을 신청해서 매월 생활비를 보태드리는 것도 좋은 효도 선물이다.

농지 연금은 보유한 농지를 담보로 매월 생활비를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농지 담보형 역모기지제도다. 농어촌공사가 고령 농업인의 노후 보장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6년이 지나도록 아는 이가 드물다. 2015년 통계청 기준 65세 이상 농업 종사자 수가 98만명인데 올해 7월 기준 농지 연금을 받고 있는 건수는 누적 8000여 건에 불과하다.

농지 연금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은 ▲만 65세 이상으로 ▲5년 이상 영농경력이 있어야 한다.
가입자는 담보로 잡힌 농지 가격과 가입 연령에 따라 산정된 연금을 매달 받게 된다. 연금을 받으면서 담보농지를 경작하거나 임대해 추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가 계속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상속인은 그동안 지급한 연금 채무를 상환하고 담보권을 해지하거나 담보로 잡힌 농지를 처분해 연금 채무를 회수한다. 담보 농지를 처분할 때 연금 채무를 상환한 후 잔액이 있을 경우 이를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부족한 금액이 있더라도 이를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가입 연령에 상한이 없어 90세가 넘은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다. 65세 이상이면 사망시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형’에 가입할 수 있다. 그보다 나이가 많다면 ‘기간형’으로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농어촌공사 제공

농지연금을 통해 매달 지급되는 돈은 가입연령, 담보농지평가가격으로 산정된다.

예컨대 농지의 평가액이 3000만원이라면 65세는 10만7000원, 70세 12만1000원, 80세 16만3000원, 90세 26만9000원, 95세 46만5000원 등을 매달 지급받게 된다.

5년, 10년, 15년 단위로 기간을 정해놓고 들어갈 수 있는 기간형 농지연금의 경우 매달 지급 받는 금액은 종신형보다 평균적으로 더 크다. 동일한 3000만원짜리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신청하면 10년형 기준으로 65세는 22만8000원, 70세는 23만9000원, 80세는 25만8000원, 90세 28만원, 95세 46만5000원이다.

가입 초기 노령층의 경우, 소비활동이 활발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가입초기 10년간 월 지급액을 더 많이 지급하고 11년째부터는 적게 지급하는 ‘전후후박(前厚後薄)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월 최대 연금 지급액은 300만원이다. 가입자가 오래 생존해 연금 수령액이 농지가격을 초과하면 차액을 한국농어촌공사가 부담하고, 수령액이 농지가격을 밑돌면 차액을 가족에게 돌려준다.

자세한 조견표는 농어촌공사 홈페이지(www.fplove.or.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DB

부모님의 신용도나 소득 등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담보로 잡힐 농지가 다른 금융기관 대출에 담보로 사용되지 않았는지를 잘 확인해야 한다. 농지는 논이나 밭, 과수원으로 실제 영농에 이용되고 있어야 하고 저당권이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의 상태에 있으면 안된다. 또 농지가 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개발 계획이 확정된 상황이라면 이 역시 농지 연금 가입을 할 수 없다.

도시농부도 농지연금 가입 대상이다. 주거나 상업, 공업지역 내에 있는 농지라도 연금 가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지역에 있는 농지의 평가액은 평균적으로 더 높아 월지급액도 커지는 장점이 있다. 다만 마찬가지로 이 농지가 개발지역으로 편입될 경우 연금 지급은 정지되고 연금채권이 회수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자녀에게 미리 증여한 농지는 담보로 잡힐 수 없다. 농지연금은 가입자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대상으로 하기 대문이다. 등기부 상 소유권이 자녀에게 이전됐다면 가입할 수 없다.

농지연금 가입 신청 시 필요한 서류는 농지연금신청서, 신분증(배우자 포함)이다. 인터넷 발급이 가능한 서류(등기부등본, 토지대장 등)는 공사에서 발급할 수 있다. 추후 약정체결(근저당권설정)시 주민등록등본, 등기권리증, 인감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농지연금에 가입하려면 농지 소유자인 가입자가 신청 서류에 직접 서명하고 날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리인이 가입 신청을 할 수 없다. 몸이 불편해 공사 방문이 어렵다면 공사 직원에게 자택으로 방문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