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카카오 등 정보통신 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간편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인터넷 은행이 내년 지불·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결제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불·결제 수수료가 전체 매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드사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공동 대응에 돌입했고, 시중은행도 공동 간편 결제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간편 결제 이용 하루 500억원 육박, 내년 앱투앱 결제 등장

금융시장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는 두 인터넷 은행은 내년 '앱투앱(app to app) 결제' 등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선보일 방침이다. 앱투앱 결제는 물품을 산 고객이 미리 설치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상점에 송금하는 식으로 지불이 이뤄진다. 신용·체크카드는 밴사(오프라인 결제)나 PG사(온라인 결제) 등 중개업체를 거쳐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중간에 수수료가 발생한다. 하지만 앱투앱 결제는 밴사나 PG사를 거치지 않아 중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앱투앱 결제를 이용할 경우 현재 평균 1% 후반대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0.5%까지 낮아지고, 카드 사용자의 연회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제 전문 글로벌 회사인 '월드페이'에 따르면, 지난해 '앱투앱' 결제처럼 기존 신용·체크카드망을 사용하지 않고 직(直)결제를 하는 '대체 결제 수단(APM)' 결제가 전 세계 결제 시장의 30%를 차지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5% 수준이었다.

네이버·삼성전자·다음카카오 등이 주도하는 간편 결제의 성장세도 거세다. 간편 결제는 간편 결제 스마트폰 앱에 은행 계좌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한 뒤, 설정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간편 결제 하루 평균 이용액은 2016년 상반기 135억원에서 1년 만에 약 3.6배(약 49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업계 선두 주자인 네이버페이 가입자는 지난 8월 기준 2400만명으로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 가입자(2200만명)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고객 데이터' 확보 전쟁

인터넷 은행뿐 아니라 ICT 기업과 제조업체까지 앞다투어 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건 '플랫폼'과 '고객 데이터' 때문이다. 결제 플랫폼을 선점해서 많은 소비자를 유치할 경우, 소비자 소비 패턴, 사업자 매출 자료 등 빅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신시장' 개척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페이사 관계자는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인터넷 포털사의 주된 수입원은 인터넷 광고"라며 "간편 결제를 통해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형 광고'를 실시하면 광고 단가를 크게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도 공동으로 간편 결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결제 정보를 쥐기 위해 공동으로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 축적한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카드사 "앱카드 공동 단말기 만들자"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신용카드사는 결제 시장 경쟁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카드업계는 간편 결제에 대응해 모바일 앱에 실물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사용하는 '앱카드(모바일 신용카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앱투앱' 결제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작년에는 국내 전업 카드사 8곳과 여신금융협회가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 '한국형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표준 규격'을 만들기로 했다. NFC는 카드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이다. 그간 신용카드사들이 각기 앱카드를 내놓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앱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 보급이 늦어졌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열린 '여신금융포럼'에서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금처럼 (카드사의) 변화 속도가 느리면 핀테크 업체에 사업 영역을 잠식당하고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며 "플라스틱 카드 플랫폼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 공동 플랫폼을 개발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