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004800), 태광산업(003240)등 화학섬유업체들이 스판덱스 원료인 PTMEG(폴리테트라메틸렌에더글리콜)와 부원료인 MDI(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 국제 가격이 오르자 지난 7~8월 스판덱스 가격을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수요처인 니트 직물 등 섬유업계의 수출 경기가 냉각되면서 스판덱스 가격 인상은 불발됐다. MDI 가격은 연초 톤당 2370달러에서 8월 말 3050달러로 29%, 같은 기간 PTMEG 가격은 톤당 1760달러에서 2450달러로 39% 각각 올랐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073240), 넥센타이어(002350)는 고무값 급등 여파로 전년보다 초라한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타이어 주 수요처인 완성차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원료인 고무값이 올 1분기 톤당 평균 2070달러로 전년동기(1361달러)대비 52% 올랐다.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 가격도 같은 기간 톤당 1045달러에서 1800달러로 72% 뛰었다. 금호타이어는 원자재 가격 상승 외에도 통상임금 소송과 매각 이슈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경기 불황 등 각종 악재로 사면초가에 몰린 산업계에 원자재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궁극적으로 소비자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의 재료로 쓰이는 비철금속 가격은 최근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철광석, 유연탄 등 광물은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환경규제에 나서면서 공급이 줄었다.

◆ 중국 보조금 못 받는 배터리업계…“니켈, 너마저”

25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에 쓰이는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9월 톤당 2만7000달러에서 1년 만에 톤당 6만달러까지 급등했다. 두배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 22일 기준 kg당 146위안에 거래된 리튬 가격은 올 3월 초 113위안보다 29% 올랐다.

이에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등 국내 주요 배터리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시 코발트와 리튬 대신 니켈의 비중을 높여 원가 절감을 모색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니켈 가격마저 크게 오르자 고민이 커졌다. 니켈 가격은 지난 5월 톤당 9000달러에서 이달 들어 1만2000달러로 33% 상승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이차전지 업계 사장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 정부가 일본 업체들을 보조금 명단에 포함한 점을 들어 한국업체들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배터리 업체들이 사드 보복에 원자재 가격 급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사드 문제는 국가간 문제라서 업체들이 손쓸 방법이 없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분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싶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 원료 가격 상승에 수요처 경기 침체·보호무역주의·산업용 전기료 인상…악재 겹치는 철강업계

철강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최근 자동차·조선 등 국내 수요 업체들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원자재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광석 가격은 6월 톤당 63달러(중국 도착 기준)에서 지난달 75달러로 19% 올랐다. 유연탄 가격도 올 초 톤당 168달러(호주산 출발기준)에서 지난달 톤당 203달러로 21% 상승했다. 반면 후판 등 철강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다. 업체별 계약 조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난 3~4년간 후판 가격은 톤당 50만원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동부제철등은 아연 가격 인상을 반영해 아연도금강판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아연 거래 가격(현금 기준)은 이달 들어 올해 저점이었던 지난달 1일 대비 68% 급등했다.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높아지는 수출 장벽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물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발표를 보류한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산 철강 조사 결과도 여전히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간 관세율이 새로 조정될 경우 한국은 앞으로 5년간 자동차·기계·철강 등 세 분야에서 최대 170억 달러(약 19조2355억원)의 수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대두된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 때문에 업계가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설비 가동을 멈출 수도 없고 각종 추가 비용도 발생할 것으로 보여 생산 원가 상승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