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추석 연휴 기간(10월1~7일)에 파업을 예고했다. 회사 측과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20일 사측에 파업 참여 인원(396명)을 통보했다.

법적으로 필수공익사업인 항공업은 전면 파업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번 추석은 10일에 가까운 장기간 연휴라는 점에서 고객 불편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추석 연휴에 국민을 볼모로 파업하겠다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이기적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초 진행했던 파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만큼 실제 파업까지 이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파업 참여율 높지 않을 것... 올 초 파업 취소도

대한항공 측은 이번 추석 연휴에 진행되는 조종사 파업이 실제 이뤄지더라도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0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더라도 전체 내국인 조종사 중 일부만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차 파업을 진행했을 당시 조종사 노조 측에서는 211명이 파업에 참가할 수 있다고 통보했지만 실제 파업에 참가한 인원은 168명에 그쳤다. 노조 집행부에서 무작위로 참여자를 정한데다 파업 참가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됨에 따라 이탈자가 대거 발생했던 것이다.

올해 초 2차 파업 통보 때는 231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지만 파업 참여자가 극소수로 파악돼 파업을 취소한 바 있다.

대한항공 여객기

이런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추석연휴에 실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결항편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인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화물기 위주로 스케줄을 조정해 여객운송에 큰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실행되면 국제선보다 국내선의 결항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국제선 80%, 국내선 50%(국내선 중 제주노선 70%)를 정상 운행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제선은 큰 차질이 없겠지만 국내선은 결항률이 높아질 수 있어 추석 연휴에 귀성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노조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연 6매 달라” 요구

조종사노조는 2015년 임금 4% 인상과 퇴직금 매년 1% 누진제 도입, 2016년 임금 7% 및 상여 1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조종사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여러 직종이 모여 있는 복수 노조 사업장이다. 이미 전체 직원의 약 85%를 대표하는 일반노조와 협상을 통해 2015년 1.9%, 2016년 3.2% 비율로 임금을 인상한 바 있다.

만약 조종사노조만 다른 비율로 임금을 인상하면 타 직종 노조가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은 2015년 임금 1.9% 인상, 2016년 임금 3.2% 및 수당 인상, 조종사에 대한 복리후생 강화안을 제시한 상태다. 회사안을 받아들이면 조종사들은 인상 소급액으로 평균 1500만원씩을 받게 된다.

조종사노조는 조종사 직종은 타 직종과는 다르다고 항변한다. 또 최근 진행된 단체 협상에서는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연 6매 제공하면 사측이 제안한 인상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뉴욕 기준 비즈니스클래스 왕복 항공권의 가격이 800만~900만원대임을 고려하면,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 6장은 5000만원 이상의 임금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회사 경영 여건과 일반직 노조와 합의한 인상률(1.9%)을 고려할 때 조종사 노조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