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 최근 조정을 받았던 은행주들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0월부터 보유 자산 축소를 결정하고 연내 기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진 데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3분기 실적 역시 좋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19.51포인트 하락한 22일, 은행주들은 전 거래일보다 적게는 0.8%에서 많게는 2% 이상 상승했다.

이날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전날 대비 2.5% 상승하며 5만원 고지를 재탈환했다. 기업은행(024110)은 2% 이상 상승했다. KB금융(105560)과 우리은행도 각각 2.0%, 1.1% 상승했고, 신한지주(055550)도 0.8% 올랐다.

미 연준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 금리를 1.00~1.25%로 동결하고, 오는 10월부터 만기 도래하는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다시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자산 축소)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 투자자들의 돈이 연준으로 흘러들어 시중에 도는 달러가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장기 금리 상승과 같은 긴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졌다. 함께 공개된 점도표(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나타낸 도표)에는 12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유지됐는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5.3%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예대마진 수익이 늘어날 수 있어, 금리 인상은 은행주에 호재로 통한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의 금리 방향성과 우리나라의 금리 방향성이 다르지 않으니 일정 부분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오르면 금융주를 포함한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는 흐름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주 수입원인 대출 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비록 정부에서 부동산 대출 등을 옥죄긴 하지만, 은행 합산 대출이 높은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및 가계부채 대책은 은행 가계대출 성장률 둔화를 야기했지만, 3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소기업대출로 성장의 축이 이미 이동하고 있다”며 “대형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난 데다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날 이슈도 없어 3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합산 대출은 높은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약 1.5% 증가할 것”이라며 “기업 대출이 안정화돼 건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과도하게 반영된 정책 리스크 우려는 완화될 전망”이라며 “반면 우리은행의 희망퇴직을 제외하면 큰 특이 요인이 없어 대출 자산 증가만큼 경상이익이 증가하는 무난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