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北核), 사드(THAAD) 변수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과 소비가 함께 부진해 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건설 경기마저 얼어붙는 등 3분기(7~9월) 들어 각종 지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8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1만명대로 최근 4년 6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사정을 엿볼 수 있는 음식·숙박업 생산은 지난 7월에 4.3% 감소(작년 7월 대비)했고, 상반기 호조를 보인 건설 수주 역시 7월에 30.8%나 줄어들었다. 다급해진 정부는 4분기(10~12월) 경기를 방어할 '미니 부양책'을 내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1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부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소비 심리도 살아나지 않고 있어 세계 경제가 순항하는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다"며 "4분기에 맞춘 경기 보강 대책을 내놓고 3% 성장을 달성하도록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연말용 경기 부양 카드를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추석 연휴 직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우선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공기업들이 4분기 중 투자를 더 늘리고, 여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연말용 자체 추경을 편성하도록 유도해 수조원대의 공공 부문 자금을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에도 갤럭시노트7 리콜,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 등 악재가 겹치자 10월 초 공공 부문 자금 10조원을 푸는 단기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산업계에서는 경기 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실효성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는 경기 침체기에 각국 정부가 약방의 감초처럼 선택하는 정책이다. 개소세가 인하되면 차량당 많게는 100만원 이상 가격을 내릴 수 있어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자동차업계가 중국에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개소세 인하는 내수 부양뿐 아니라 자동차업계의 경영난을 완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카드"라고 말했다.

현재 경제 상황도 어렵지만, 다음 달부터 경기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대내외적으로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도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밖으로는 다음 달부터 미국 중앙은행이 보유 채권을 팔아 시중의 달러 유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 긴축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으로는 가계 대출을 더 조이는 대책이 나와 시중 자금 흐름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분기 성장률이 꺾이면 내년 상반기까지 나쁜 흐름이 이어질 우려가 있어 어떻게든 불씨를 살려야 한다"며 "정부 출범 후 '첫해 성적표'가 예상보다 나빴을 때 파장도 염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이 1분기 1.1%에서 2분기 0.6%로 떨어지는 등 하강 추세가 뚜렷해 미니 부양책으로 성장률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추경 효과를 감안해도 올해 성장률이 2%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