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사무관 중에 '고등학교 중퇴'가 눈에 띕니다. 뜻밖이죠?" 기재부 간부 A씨의 얘기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엘리트, 그중에 최상위권 성적인 초(超)엘리트만 뽑힌다는 기재부 사무관에 고교 중퇴가 있는 이유가 뭘까.

A씨는 "프로필을 확인해 봤더니 외국어고나 과학고 같은 특수목적고에 다니다가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퇴한 경우"라면서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명문대에 들어가고 행정고시까지 합격한 수재들"이라고 전했다.

특목고 자퇴와 검정고시를 통한 대학 진학 '열풍'이 불었던 것은 20년 전이다. 지난 1997년 내신 성적이 상대평가제로 변경되면서, 특목고 재학생들이 집단 자퇴했다. 당시 입시제도는 검정고시 합격자가 대입 수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내신 성적도 높게 산정하도록 돼 있었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 재학생 입장에선 검정고시를 택할 충분한 유인(誘因)으로 작용했다. 특목고 중퇴자들은 이듬해 고졸 학력 검정고시에서 시도별 수석을 휩쓸면서 무더기로 합격했다.

현재 기재부에 근무하고 있는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서기관 5명도 이 무렵에 외국어고나 과학고를 자퇴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특목고 자퇴→검정고시→명문대→행정고시'라는 새로운 엘리트 코스를 거쳐 기재부에 근무 중인 사무관 B씨는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간 뒤 같은 이력을 가진 특목고 출신끼리 서로 뭉치면서 자연스럽게 '인맥'을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출신 특목고가 다르더라도 대학 재학 중에는 고시 공부를 함께하고, 스포츠로 승부를 겨루며 친목을 다지기도 했단다.

이 인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재부에 들어온 뒤에도 이어진다고 한다. B씨는 "행정고시 합격자 발표가 나고 새내기 사무관이 기재부로 배치되면 특목고 자퇴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되고 서로 왕래하며 지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