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73) 동부그룹 회장이 21일 회장직을 사임했다. 동부그룹은 신임 그룹 회장으로 이근영(80) 전 금융감독원장을 선임했다.

김 전 회장은 “최근 제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제 개인의 문제로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특히 주주, 투자자, 고객, 그리고 동부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왼쪽부터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과 이근영 신임 회장.

김 전 회장은 최근 전(前) 여비서로부터 피소됐다. 전 여비서는 김 전 회장이 사무실 등에서 자신의 몸을 수십 차례에 걸쳐 만졌다고 주장하면서 동영상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반면 동부그룹 측은 일부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성이 없었고 전 여비서가 의도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100억원 이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동부그룹 신임 회장인 이근영 전 원장은 동부그룹 여러 계열사에서 사외이사, 고문을 맡아왔다. 충남 보령 출신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6회로 국세청 조사국장, 재무부 세제실장,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근영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별로 전문 경영인에 의한 자율 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