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을 확보하지 못해 수년 째 표류해온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구축 사업이 서울대병원의 참여로 다시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서울대병원은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에 참여 분담금 750억원을 투입하고, 새로운 사업 주관기관으로서 중입자치료센터를 구축·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산 기장에 구축 중인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개최했다.

서울대병원 전경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올려 암세포만 중점 조사해 파괴한다. 정상 세포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치료 횟수와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지난 2010년 처음 시작한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은 재정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해왔다. 국비 700억원, 지방비 500억원, 원자력의학원 750억원 등 총 1950억원을 투입해 2017년부터 기장군 소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인근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암 치료를 시작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으나, 사업주관기관인 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 7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관계 기관들이 대안을 모색해왔다. 이후 올해 1월 전국 단위로 참여 병원을 모집했고 서울대병원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서울대병원의 참여를 공식 결정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참여 분담금 750억원을 투입하고 새로운 사업 주관기관으로서 중입자치료센터를 구축·운영한다.

과기정통부와 부산시·기장군은 당초 지원하기로 한 예산 범위 내에서 필요한 구축비와 사업관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향후 원리금을 모두 회수한 뒤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중입자치료센터를 지역의료기관에 양도할 수도 있다.

일부 암 환자의 경우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 1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해외 원정 치료를 가는 실정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국내에 중입자 가속기 치료센터가 구축될 경우 환자들이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난치성 암 치료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미래 지향적인 국가 의료 발전을 위해 서울대병원이 보유한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 지자체 및 관계기관과 협력해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오는 25일 부산에서 유영민 장관 주재로 부산시장, 서울대병원장 등 관계 기관장과 현장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