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강력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반도체, 콘텐츠 등 가상현실(VR) 분야 강국(強國)이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경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연구개발동 협회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가진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아직 전 세계적으로 VR 분야는 경쟁이 진행 중이고 아직 누가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만큼 독보적인 국가나 기업이 없다”며 “협회가 주관한 코리아 VR 페스티벌(KVRF)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로서, 앞으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소비자가전쇼(CES)와 같은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시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윤경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이 18일 서울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연구개발동 협회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리는 KVRF을 주관했다. 올해 KVRF은 총 76개 기업이 194개 부스를 운영해 지난해 열린 KVRF보다 규모가 배 이상 커졌다. 게임·엔터테인먼트 장르를 넘어 교육·의료·국방·제조업 등에 응용되는 B2B(기업 간 거래) 제품까지 산업 영역을 확장했다.

윤 회장은 KT와 CJ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실장(부사장)에 발탁됐다. 윤 회장은 2000년대 초 시작된 KT 초고속인터넷망 구축과 2008년 시작된 KT의 IPTV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윤 협회장은 지난 IPTV 사업을 회상하면서 VR·AR 산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는 “IPTV 도입을 추진하던 지난 2008년, 공짜로 보는 방송을 왜 돈을 내는지, 재방송 수준인 주문형비디오(VOD)를 왜 보는지 얘기가 많았지만 10년 뒤 현재, IPTV는 뉴노멀(새 표준)이 됐다"며 “VR·AR 분야도 마찬가지로 지금은 이게 돈이 되는지, 시장이 형성될지 의심이 많지만 10년 뒤 VR과 AR이 새 표준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협회장은 지난해 9월 협회장으로 취임해 이번 달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윤 회장은 VR·AR이 1년 사이 큰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는 VR·AR은 기술적 한계가 있어 사업화 단계까지 나아가기 힘들었지만 올해는 사업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며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VR·AR 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VR·AR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다양한 콘텐츠와 지연(레이턴시)의 최소화가 필수다. 현재 60fps(초당 프레임 수) 수준을 90fps까지 높여야 하고 지연 속도도 20msec(1000분의 1초) 안쪽으로 들어와야 한다. 5G는 영상 재생 속도를 높여 지연 속도를 낮추고 다양한 콘텐츠의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VR·AR 산업이 성장할 여지가 많다.

윤 협회장은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훌륭하고 5G를 세계 최초로 서비스했으며 ‘한류’라는 인기 있는 콘텐츠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생태계 기반에서 VR·AR을 개발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VR·AR 산업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정보기술(IT) 제품과 달리 신(新) 산업인 VR·AR 산업은 특정 국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 않아 충분히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큘러스 전시장에서 직원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윤 협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3대 핵심축’은 초(超)연결·초지능·초실감”이라며 “초연결은 IoT, 초지능은 AI, 초실감은 VR·AR과 맞닿아 있는데 VR·AR의 상용화가 IoT와 AI에 비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VR·AR 산업을 소위 ‘VR 기기’로 불리는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HMD·Head Mounted Display) 기기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 VR·AR 산업의 진가(眞價)를 몰라본다는 지적도 했다.

윤 협회장은 “VR·AR은 궁극적으로 ‘홀로그램’, ‘스마트글래스’ 또는 ‘무(無)안경’ 환경까지 나아갈 수 있다”면서 “VR·AR 산업은 결국에는 합쳐져 새로운 융합 가치들을 만들어내고 실제적인 사업 영역에서도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우리나라 VR·AR 산업 생태계는 기술력 있는 벤처나 스타트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과 투자 부족으로 잠재역량이 있어도 실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까지 한계가 있다.

윤 협회장은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회원사가 200여개 인데 대부분이 영세한 업체”라며 “VR·AR 생태계가 조성되고 기회가 왔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과 예산에 드라이브 걸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