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판지원지 생산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울상이다. 중국의 환경 규제 정책 강화에 따라 폐지의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골판지 원지 생산량과 출하량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6.8%와 3.1% 늘어났다. 반면 원료인 폐골판지 재고는 꾸준히 감소했다. 6월 말 기준 폐골판지 재고는 9만8000톤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11만8000톤에 비해 17%나 줄었다. 지난해 제지업계에서 사용한 국산 폐골판지는 626만톤으로 전체 국산 폐지사용량의 75%를 차지했다.

제지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폐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통 물량마저 수급이 원활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폐골판지 재고 추이(단위: 1000톤).

최근 폐지 가격은 글로벌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제지전문 연구기관 RIS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유럽 주요국의 평균 골판지 원지 가격은 지난해 말 보다 30%가량 올랐으며, 미국산 폐지의 7월 가격도 전년동기대비 52% 상승한 29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내 골판지 원지 가격은 지난해 8월 550달러대에서 현재 24% 오른 68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폐지 공급 부족의 원인은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혼합폐지 수입금지 등 환경규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관련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중국 동부지역의 골판지 원지 내수 가격은 지난해 6월 467달러에서 올 6월 700달러로, 8월에는 80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폐골판지 내수 및 수출 가격 변동 추이(단위: 1000원/톤).

이처럼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국내 폐지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수도권 공장 도착 기준으로 지난해 7월 당 150원대였던 가격은 올 7월 당 220원대로 47% 상승했다.

폐지 수출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해 7월 톤당 132달러였던 수출 가격은 올 7월 199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0% 올랐다.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량도 늘었다. 관세청 통관 기준으로 올 1~7월 폐지 수출량은 37만7813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2.8% 증가했다. 이 중 골판지원지 원재료인 폐골판지는 17만2109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2% 늘었다. 전체 수출량의 45%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포장지 수요가 늘면서 제품 수출 가격이 내수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 수출 쏠림현상이 발생해 향후 국내 골판지 원지 제품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