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이 타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주식 투자를 하거나 비상장 주식을 몰래 매매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기관운영감사를 시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금감원 임직원 1942명 가운데 최근 5년간 기업 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임직원 161명 중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한 138명을 대상으로 2012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금융상품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들 가운데 36%에 이르는 50명이 자본시장법 제63조 등 금융상품 보유·매매와 관련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23명을 감안할 때 규정 위반 임직원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타인 명의의 계좌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한 2명의 직원이 적발됐다. 자본시장법 제 63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금감원 임직원이 자기의 계산으로 금융상품을 매매할 때는 자기 명의로 하도록 돼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A직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 장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2013년 2월15일부터 2016년 12월28일까지 주식 등을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A직원이 장모 계좌를 통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한 금액은 무려 734억9700만원이며 매매 횟수는 7244회에 이른다.

현행 규정 상 금감원 임직원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기 위한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금감원에 신고하고, 매매 내역을 금감원에 통지하는 것이 의무이지만 이를 어긴 직원도 16명이 적발됐다. 금감원 모 센터의 B직원은 증권사 계좌를 개설한 후 1900만원어치의 금융투자 상품을 매매하면서 계좌는 물론 매매 내역도 금감원에 통지하지 않았다.

C직원은 하루에 2500만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가 당일 해당 주식 전부를 매도하는 등 빈번하게 주식 매매를 해왔지만 이 매매 내역을 단 한 차례도 금감원에 통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금감원 임직원들의 법규 위반은 ‘비상장주식 매매’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다. 현행 규정상 금감원 임직원은 원칙적으로 비상장주식을 취득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비상장주식을 취득하거나 보유하는 경우 이를 금감원 감찰실 국장에게 신고하도록 돼있다. 비상장주식은 상장 주식보다 투자 정보가 많지 않은데, 금감원 직원의 경우 업무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몰래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임직원이 3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는 한번에 4억여원 어치의 비상장주식을 사들이는 등 거액의 거래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 제공

적지 않은 수의 금감원 임직원들이 이처럼 법규를 위반하며 금융투자상품 매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허술한 관리 감독 체계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투자업자 임직원의 자기매매 검사 시 해당 임직원들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내역을 직접 확인한다. 그러나 금감원의 경우 금감원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내부 전산 시스템에 입력을 하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임직원이 신고한 매매 내역만을 토대로 현행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었고, 미신고 내역은 없는지 신고 내역이 적정한지 등을 점검한 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원은 금감원장에게 “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보유 및 매매 관련 점검 기준과 절차를 보완하고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위반 여부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50여명의 규정 위반 임직원에게 적정한 조치를 할 것과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직원 23명에 대해 금감원 자체적으로 점검을 해달라고 통보했다.